한국일보

진공펌프로 공기 빼면 1주일은 맛 유지

2008-05-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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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보관법

와인 애호가들의 고민거리 중 하나는 마시다 남은 와인의 어떻게 보관할 것인가이다. 와인 한 병(750ml)은 혼자 마시기는 무리한 양이다. 같이 마셔 줄 사람이 있으면 문제가 없지만 혼자일 경우 와인 오픈을 꺼릴 때도 있고 남은 와인이 아까워 무리하게 마실 수도 있다. 위스키 등 하드 리커는 오픈하고도 장기간 보관하면서 여러 차례 나눠 마실 수 있지만 와인은 다르다. 산소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오픈 후 잘못 보관하면 금세 산화되고 만다. 따지 않은 와인도 완전히 숙성할 때까지 잘 보관해야 와인의 진미를 만끽할 수 있다. 와인은 살아있는 유기물이기 때문에 시간, 온도, 빛, 움직임에 따라 잘 변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 좋은 와인을 비싸게 구입한 다음 잘못 보관하면 변해버린 맛을 만나게 된다. 최악의 경우 아주 비싼 식초를 보관해 버린 결과도 발생한다. 기본적인 와인 보관 방법들을 알아본다.

남은 와인 산화 막아야… 질소개스 넣으면 큰 효과
빛 차단하고 화씨 60도서 보관… 습도 조절도 중요


▲남은 와인
일단 남은 와인은 빨리 마셔야 한다. 대부분의 와인은 콜크 마개로 잘 막아 냉장고에 보관하면 하루 정도는 맛을 유지한다.
남은 와인을 작은 병에 옮겨 담아서 산소와 접촉하는 면적을 최대한 줄인 뒤 냉장고에 넣었다가 다음날까지 마셔야 한다.

1주일 정도 보관하기를 원하면 와인병 안의 공기를 빼내서 진공 상태로 보관해야 한다. 시중에는 와인용 진공 펌프가 판매되고 있지만 이 방법 역시 1~2주가 지나면 와인이 산화되면서 식초로 변하기 시작한다. 펌프질할 때 산소와 함께 와인의 향까지 함께 빠져나가게 되는 단점도 있다.


와인의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질소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와인의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질소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질소개스를 오픈한 와인 병 안에 주입해 마개로 막아서 보관하면 오랜 기간 와인이 질 좋은 상태로 남는다. 와인 자체의 아로마를 보존하면서 산소와의 접촉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와인에 주입하는 질소 시스템 자체가 저렴하지 않다. 5~6회 정도 사용할 수 있는 포터블 시스템도 20달러 선에서 판매되고 일반 시스템은 대부분 200~350달러 정도 지불해야 구입할 수 있다.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다.

일부 특정 와인은 오픈하고 3~4일이 지나면 더욱 좋은 맛을 내는 경우도 있다. 또한 최근 병에 병입한 와인은 태닌이 풍부하기 때문에 산소와 접촉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진 뒤 더욱 부드러운 맛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일단 하루가 지나면 산화작용이 시작되기 때문에 맛은 이 시점부터 달라지기 시작한다.

중요한 점은 한번 오픈한 와인은 빨리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남는 와인이 많아지면 구매 습관을 반 병 사이즈로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와인용 진공 펌프를 사용해 와인을 보관하면 1주일 정도 와인의 본맛을 유지할 수 있다.

▲따지 않은 와인
와인을 보관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온도이다. 온도가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보관하는 것이 중요한데 남가주에서는 여름철 온도가 올라갈 때 주의해야 한다. 일단 와인의 온도가 화씨 90도 이상 올라가면서 그 와인은 오랜 기간 보관하기가 힘들다. 와인의 보관 온도는 화씨 60도가 가장 적절하다.

빛은 와인의 적이다. 빛은 와인의 성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와인 셀러가 빛이 통하지 않는 지하에 만들어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와인은 이동과 진동을 싫어한다. 잦은 이동이나 흔들림을 피하고 특히 이사를 할 때 와인이 크게 흔들리지 않도록 주의 한다.

기본적으로 와인은 콜크 마개가 와인과 항상 접촉해 있도록 비스듬히 눕혀 저장해야 한다. 습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인데 만약 보관 장소가 너무 건조하면 가습기를 넣어서 습도 조절을 해야 한다. 수년간 와인을 저장하는 동안 콜크가 너무 물러지지 않는지 역시 관찰한다.

보관하는 와인이 많아지면 와인 냉장고나 지하실 등을 와인 셀러로 개조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와인 냉장고(wine cooler)는 100달러부터 수천달러에 달하는 상품까지 매우 다양하다. 한정된 공간에서 와인을 잘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와인 수집에 깊이 빠져들면 조그만 방이나 작은 공간을 셀러로 만들어 와인을 보관하게 된다.

셀러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단열시스템과 에어컨 설치 그리고 습도 유지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빛도 들어오지 않게 하는 등 설치 자체가 쉽지 않다.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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