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역사

2008-04-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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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 지음

소비에트가 몰락하고 냉전이 완전 종식되면서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팍스아메리카나라고 할만큼 미국의 세계지배는 확고해 보였다. 하지만 테러와의 전쟁 이후 네오콘의 독주와 전횡으로 인해 미국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전대미문의 위기에 처한 듯 보인다. 이라크 파병이 장기화 되면서 세계 최강의 지위는 흔들리고, 1대 1도 안되던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의 환율이 거의 1:1.6이 되면서 달러가 더 이상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정말 불과 몇 십년 아니 몇 년 사이의 일이다. 과연 미국은 세계 최강국으로서의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미래를 알기 위해서는 과거로 돌아가 보면 어떨까?

로마는 기원전 753년에 세워져서 서기 476년에 멸망했으니 1,2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양 고대문명의 원류라고 할 수 있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1,000년이 넘는 로마 역사에 대해 매년 한 권씩 책을 써 무려 15권의 책으로 펴냈는데, 일본과 한국에서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로마인 이야기’ 전15권을 통해 우리는 “역사가 소설보다 더 재미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이걸 다 읽기 위해 15년 동안 매년 한 권씩, 15년을 바친 사람도 있고 한꺼번에 전권을 독파한 사람도 있겠지만,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을게 분명해 보인다.

특별히 이런 사람들을 겨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는 15권의 책을 단 한 권으로 압축요약하고 있다. 다만 길이의 제약 때문에 로마의 성립에서부터 팍스로마나까지의 시기만을 담고 있으며, 오현제 이후부터 로마의 멸망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도대체 어떻게 로마는 1,200년 동안이라는 긴 세월 동안 대제국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었을까. 모든 조건이 열악했던 로마가 켈트 족 습격의 충격이나 포에니전쟁과 같은 수많은 존망의 위기를 헤쳐 나오며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고 지중해의 패권자로 천여 년을 유지해 온 저력은 무엇일까.

저자는 1,000여 년의 역사를 통해 보여준 로마인의 관용과 포용, 개방적인 시스템 구축, 전통과 정체성을 강화하며 이룬 자기 개혁과 같은 삶의 방식을 짧은 호흡으로 때로는 장엄하게 때로는 간결한 비평으로 서술하여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삶의 좌표를 제시해 주고 있다.

이형열(알라딘 서점 대표)
www.aladd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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