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인광장- 바람 속에 당신이

2008-04-22 (화)
크게 작게
하루가 천년 같은
당신 기다림이 있었기에
내 삶을 헤집고 가는 바람 속
그 가운데에
아직도 내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 세월 저편 길로
멀찍이 가버린 날들
이제 사랑하는 이여
아직은 이른 어느해 가을
어디서 왔는지
슬픔 혹은 아픔의 물결에 휩쓸려
밤 긴 시간 헤아릴 때

산다는 것은
한 줌 바람에
살비듬 날리는 저 사막 같은 슬픔과
내 몸속 어딘 듯 열병에 뜬 아픔까지도
조금씩 마음의 온기 지펴주는 일이라고

바람의 숨결로 다가온
풀잎과 나무
그것은 당신이였습니다

내 어서 돌아가리라던
그러나 내 다시 그잊혀진 기억의 중심
스쳐지나간 그바람결 속으로
휘날리는 꽃잎으로 떠나간 오늘의 내 날들

이제야
비로소
화들짝 놀라 일어선 내 마음자리로
오랜 세월 온갖 바람 모질게 맞으며
저만치 오시는 당신이 보입니다

조병희
약력: 자유문학 등단. 크리스찬 문인협회 회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