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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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 장난치곤 너무 논리적.

2008-04-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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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버드 등 3개 아이비리그 내년부터 추첨선발’

▶ 브라운대교수 거짓말 학계 술렁

이달 초부터 흘러나온 ‘하버드, 프린스턴, 브라운 등 3개 아이비리그 대학이 내년부터 신입생의 일정 비율을 추첨으로 선발한다’는 소문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학계는 물론, 학생들까지 술렁이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찬반 논란까지 가중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소문은 브라운 대학 수학과 리차드 슈와츠 교수가 만우절에 동료 교수들에게 보낸 e-메일이 발단이 됐다. 입학생 선발심사 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슈와츠 교수가 “하버드와 프린스턴에 이어 브라운 대학도 2011년까지 신입생의 20%를 추첨 선발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을 전하면서부터다.
이러한 결정 배경에 대해 슈와츠 교수는 e-메일에서 “SAT 성적이나 고교 성적과 대학에서의 학업성취도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하며 “유사한 고민을 공유하는 기타 명문대학들도 추첨식 신입생 선발 방식을 차츰 도입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힌 것.

본보가 입수한 슈와츠 교수의 e-메일에는 특히 하버드 대학도 지난 2년간 최소의 기본 요건을 갖춘 지원자에 한해 신입생의 3%를 무작위 추첨방식으로 시범 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은 시범 프로그램 결과에 만족해 내년부터는 6%로 추첨 입학생 선발 비율을 늘릴 계획이라는 내용도 실려 있다. 뒤이어 프린스턴 대학도 내년부터 신입생의 10%를 추첨으로 선발하기로 최근 결정을 내렸고 이에 브라운 대학도 추첨 입학생 규모를 20%로 결정해 대학 총장의 승인까지 마쳤다고 보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슈와츠 교수는 프린스턴 입학담당 관계자의 말까지 인용해 추첨 방식의 장점을 부각시켰는가 하면 SAT 성적을 기준으로 한 선발심사가 얼마나 무의미한지에 대해 큰 비중을 두고 논리적으로 설명해 설득력을 얻었다. 물론 슈와츠 교수는 e-메일에 관련 자료 링크 사이트를 올려 결국 만우절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지만 미처 링크 사이트를 열어보지 않은 동료 교수들을 중심으로 추첨식 신입생 선발 방식의 장단점을 놓고 토론하며 찬반논란이 가중됐고 급기야 소문이 퍼지면서 지역신문도 이 문제를 다루기까지 했다. 대학 입학 준비를 해야 하는 한인 고교생의 일부도 이 소문을 접하고 잠시 술렁이긴 마찬가지였다.


올해 고교 11학년인 이재은(퀸즈 베이사이드 거주)양은 웹사이트를 서핑하다가 우연히 지역신문 보도를 접하고는 순간 너무 놀랐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당시 느낌을 전했다. 이양은 “결국 만우절 장난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허탈감에 빠졌다”면서 “역시 공부는 운이 아니라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겼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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