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무를 심는 사람’

2008-04-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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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장 지오노는 어느날 프랑스의 오트 프로방스 지방을 여행하다가 한 특별한 사람을 만났다. 사방이 모두 메말라 있고 야생 라벤더 외에는 그 어떤 사람이나 식물은 찾아볼 수 도 없는 곳에서 혼자 있기 조차도 두렵고 힘겨울 것만 같은데 이런 곳에서 스스로 집을 짓고 양도 기르며 나름대로 고독속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엘제아르 부피에였다.

그 곳에는 숯을 만드는 나무꾼들이 살고 있었고 삶의 악 조건 속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한채 욕심과 이기심만 가득하여 경쟁과 정신병과 자살마저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었다. 이들은 점점 그 곳을 황폐하게 만들었으며 정신과 영적인 세계마저 피폐해져 있었다.

이러한 황량한 곳에 엘제아르 부피에는 도토리 하나 하나를 주의 깊게 살펴 좋은 도토리 100개가 모일 때까지 선별작업을 하고 이를 물통에 담갔다가 다음날 쇠막대기를 들고 산으로 가서 정성스럽게 100개의 떡갈나무를 심었다. 그는 3년에 걸쳐 도토리 10만개를 심었다. 2만 그루의 싹이 나와 절반이 죽고 1만 그루가 살아 남게 될것이라 는생각이었다.


그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죽고 나서 아내마저 세상을 떠나자 고독 속에서 삶의 목적을 찾아 묵묵히 나무를 심으며 살아가는것을 기쁨으로 여겼다. 그는 나무가 없기 때문에 땅이 죽어 가고 있다고 생각해서 나무 심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고독한 사람의 영혼에 다가갈 줄 아는 사람이었다.

엘제아르 부피에는 55살 때부터 시작해서 1914년과 1939년의 전쟁에도 마음을 쓰지 않고 여든일곱 살까지 나무를 심었다. 그 결과 물 흐르는 소리와 숲속의 바람소리까지 새로워지고 샘에 물이 넘치게 되었다. 그 후 베르공 마을은 희망이 넘쳐나는 마을로, 사람이 살 만한 마을로 변했다. 옛 주민과 새로 이주해 온 사람들을 합쳐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엘제아르 부피에 덕분에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위대한 혼과 고결한 인격을 지닌 한 사람의 끈질긴 노력과 열정이 없었던들 이러한 결과는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은 이기주의를 버리고 공동의 선을 위해 보상도 바라지 않고 일하는 한 사람의 불굴의 정신과 실천이 이땅에 기적과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 주고 있다.

나는 ‘나무를 심는 사람’을 읽고 한 사람이 자기에게 닥친 고난을 어떻게 승화해 나가는지를 배웠다. 만물을 살리는 일에 매진한 엘제아르 부피에의 삶에 존경과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나는 사진가로 신성한 자연을 렌즈를 통한 빛의 그림으로서 하나님을 높이는 작업을 일생 동안 해야 할 나의 일로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된다.

이계윤
미션대 재학
kyeyunlee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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