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애틀 인디언 추장의 메시지

2008-03-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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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은 건축공사가 한창이다. 나는 고층 하늘 꼭대기까지 끌어올리는 타워 크레인을 올려다보면서 공중곡예를 구경하는 것처럼 아찔했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뉴욕의 거리는 원래 인디언 원주민들이 말을 타고 바람처럼 달리던 길이 아닌가.

허드슨강 어구에 인디언 원주민이 살고 있던 맨해튼 섬은 세계 무역항구로 변신하였다. 1624년 인디언들은 해양 강국인 네덜란드인들의 눈가림의 유화정책으로 24달러에 해당하는 장신구를 받고 맨해튼 섬을 팔아넘겼다. 원주민들은 개인 소유권과 땅을 팔고 사는 개념을 잘 알지 못했다. 그들은 갑자기 찾아온 이방인들에게 땅에 곡식을 심고 강에서 고기를 잡으며 살아가는 공존의 삶을 허락했을 뿐이다. 섬을 빼앗긴 인디언들의 거센 공격을 막기 위해 쌓은 벽이 지금의 최첨단 금융기업가들의 증권거래소가 있는 ‘월 스트릿’이다.

1850년 워싱턴의 미국정부가 인디언 부족들이 살던 땅을 강압적으로 팔라고 제의했다. 이 때 스쿼미시 부족의 시애틀 추장은 당시 미국 프랭클린 피어스 대통령에게 답신을 보냈다. 불과 150년 전의 근대사다. 오늘의 시애틀 도시 이름은 인디언 부족이 살던 땅의 추장의 이름을 딴 것이다. 비장한 연설문의 글 몇 줄만 추려본다.


<워싱턴 대통령이 우리 땅을 사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왔다. 그대들은 어떻게 하늘과 땅을 사고 팔 수가 있단 말인가. 신선한 공기와 반짝이는 물은 우리가 소유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사려고 하는가? 우리의 혈관으로 피가 흐르듯 나무속으로도 수액이 흐른다. 향기로운 꽃은 우리의 자매이다. 곰, 사슴, 큰 독수리는 우리의 형제다. 반짝이며 흘러가는 시냇물과 강물은 단순한 물이 아니다. 우리 조상의 피다. 흐르는 물소리는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속삭임이다.

강물은 우리의 목마름을 축여주고 우리의 돛단배를 나르고 우리 아이들을 먹여준다. 바위, 수풀의 이슬, 조랑말의 체온과 사람은 모두 한 가족에 속한다. 당신들도 당신 아이들에게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친 것을 가르치겠는가? 대지는 우리의 어머니라는 것을.

땅은 사람에 속해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땅에 속해있는 것이다. 모든 사물은 우리 몸을 이어주는 피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 사람은 인생의 직물을 짜는 것이 아니라 다만 한 가닥의 실일 뿐이다. 갓난아기가 어머니의 심장 고동소리를 사랑하듯 우리는 대지를 사랑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땅을 팔면 우리처럼 대지를 사랑해 주라. 우리처럼 대지를 돌봐주어라. 우리는 땅의 일부이고 당신들도 또한 땅의 일부이다.>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이 목마르게 그리워하는 친환경적 삶을 살았던 선각자들이다. 인디언 추장은 토착적 전통가치와 자연이 파괴되고 곧 불어 닥칠 대기오염의 위기를 예고하였다. 다시 읽어보는 시애틀 인디언 추장의 메시지는 온 몸을 떨리게 한다.

박민자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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