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람과 신앙을 만난 미 횡단 여정

2008-03-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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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행문/정광영 지음

옐로우스톤이나 요세미티, 그랜드캐년이 미국에서 꼭 가고 싶은 ‘정해진’ 관광지라면 미국 대륙횡단은 미국에 사는 누구든 언젠가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정해지지 않은’ 여정이다. 하지만 과연 몇 명이나 이 정해지지 않은 여정에 몸을 던져 길을 떠날 수 있을까.
그런데 53세에 한번, 67세에 또 한번 이렇게 두 번이나 미국 대륙을 횡단한 분이 계시다. 바로 샌프란시스코 대교구에서 사제로 계시다가 은퇴하신 후 지금은 유람선 지도 신부로 사목하고 계신 정광영 신부님이다.
1990년에 미국 대륙 중부를 가로지르는 첫 횡단에서 8,578마일, 그리고 2004년 14년 만에 이루어진 두 번째 대륙횡단에서는 최외곽 고속도로를 따라 12,682마일을 합하면 2만 마일이 넘는 거리이며 이는 태평양 연안에서 차를 몰고 한국을 두 번 왕복할 수 있을 만큼의 거리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정말 소박하고, 신심이 깊으며 영적으로 고매한 순수한 영혼을 만날 수 있으며 또 늘 선택의 갈림길에서 반대의 길로 들어서서 한 두 시간쯤은 거뜬히 헤매고야 마는 보통사람과 조금도 다를 데가 없는 ‘길치’를 만나게 된다.
또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과속’을 서슴지 않으시는 자칭 ‘스피드광’ 신부님을 책으로 접하게 되니 혼자서 쿡쿡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된다. 사실 혼자서 그 먼 길을 거의 하루 종일 운전을 하면서도 지루해 하거나 피곤해 하는 기색이 없는데 대해 적지 않게 놀라게 되는데, 그 열정과 체력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신부님의 여정 대부분은 순탄했지만 뉴멕시코 주에서는 술 취한 불량배로부터 칼에 찔릴 뻔 했으나 한국에 있을 때 호신술로 배워둔 합기도로 간단히 제압했고, 텍사스 주에서는 길옆에 차를 대고 낮잠을 자다가 경찰에 걸렸지만 오히려 천주교 신자인 경찰의 부탁으로 강복을 해주고 에스코트까지 받는 드라마를 연출하기도 한다. 또 이 책은 미 전역에 걸친 가톨릭 신자들의 삶과 그들의 신앙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을 미주 대륙횡단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형열(알라딘 서점 대표)
www.aladd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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