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충만한 삶을 사는 법

2008-03-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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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 도서출판 이레 펴냄

최고의 주택 차압률, 원유의 역대 최고가 경신, 달러화 가치의 폭락등으로 볼 때 경기침체는 이미 시작된 것 같다. 이런 소식으로 미국이 온통 불안하다. 아니 어쩌면 이런 소식이 아니라도 우리의 일상은 늘 불안한지 모른다. 스위스 출생의 젊은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은 2000년의 철학과 문학, 예술의 흐름을 꿰뚫으며 경제적 능력으로 규정되는 사회적 지위에 대한 인간의 불안을 탐구한 책이다.
알랭 드 보통은 우리의 ‘에고(ego)’는 바람이 새는 풍선과 같아, 늘 외부의 사랑이라는 헬륨을 집어넣어 주어야 하고 무시라는 아주 작은 바늘에 취약하기 짝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의 ‘에고’가 지닌 불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 메르세데스 벤츠의 광고 사진, 1902년에 열린 하인츠 케첩 영업자들의 회합 등, 철학과 예술, 일상의 위대한 유산들 사이를 종횡무진 누빈다.
현대 사회에서 한 개인의 사회적 지위는 그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가, 그리고 그의 돈이 얼마나 많은 권력을 보장해주는가로 측정된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에서 ‘돈과 권력이 우리가 원하는 사랑과 인정을 보장해주는가’ ‘많은 부를 소유한 것은 우리가 진심으로 바라던 성취의 모든 것인가 아니면 그 대체물일 뿐인가’ ‘현대 소비 사회는 돈과 권력의 추구를 어떻게 부추기고 있는가’ ‘발전된 기술과 편리한 기기들은 우리의 삶을 충만하게 하는가 혹은 우리의 불안을 사육하는가’를 묻는다.
그러고 나서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을 극복하는 해법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인간의 삶에서 ‘철학’, ‘예술’, ‘정치’, ‘종교’ 그리고 ‘보헤미아’의 존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하고 그들의 효능을 누릴 줄 안다면 불안을 치유하거나, 최소한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말한다. 박식함과 위트, 상투적인 것들에 대한 도발적인 해석들이 조화를 이루는 최고의 양서를 찾는 이들에게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형열(알라딘 서점 대표)
www.aladd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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