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블루 오션

2008-03-15 (토)
크게 작게
인터넷 발달과 매스 미디어의 파급 효과로 우리는 세계 전역의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일들조차 간단하고 손쉽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소비자 시장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자들에게 빛나는 면류관을 가져다주지만 반면 그 승리도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치열하다 못해 살벌하기까지 한 시장 속에서 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위해 대기업들이 벌이는 그러한 경쟁은 그야말로 유혈 바다를 방불케 한다.
“레드 오션은 오늘 날 존재하는 모든 산업을 뜻하며 이미 세상에 알려진 공간이다. 블루 오션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모든 산업을 나타내며 아직 우리가 모르고 있는 시장 공간이다. (중략) 블루 오션은 미개척 시장 공간으로 새로운 수요 창출과 고수익 성장을 향한 기회로 정의된다. 블루 오션은 기존 산업의 경계선 바깥에서 완전히 새롭게 창출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기존 산업을 확장하여 만들어졌다.”(블루오션 전략, 김위찬-르네 마보안)
블루 오션 전략이라고 하면 대단히 거창한 것 같이 들리지만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경쟁에서 이기려는 노력을 그만두고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라는 의미이다. 일의 창조성을 추구하다보면 부산물로 따라오는 월등한 수익과 예상을 뒤엎는 놀라운 결과들을 얻을 수 있다. 한 예로 A라는 식당에서 자장면 가격이 6달러이라서 많은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것을 보고 B라는 식당이 자장면 가격을 7달러에서 5달러로 내렸다 하자. 다시 B라는 식당에 손님이 몰리게 되자 A라는 식당은 4달러로 가격을 내렸다. 이 같은 경쟁은 재료비와 인건비, 식당 유지비용 등을 고려해볼 때 적자 운영을 초래하게 되며 또한 팽팽한 긴장이 초래될 뿐이다. 가격인하와 질적 향상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덕을 보겠지만 그 소비자 개개인들도 각자의 삶에서 비슷한 유형의 경쟁을 경험하고 있다.
반면 B라는 식당이 기존의 기름지고 단순한 중국집의 이미지를 탈피하여 웰빙 메뉴를 중국식으로 만든 특식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제시하였다 치자. 이에 한국 식당을 등한시하던 미국인들의 입맛까지 충족하며 새로운 고객 창출에 선두주자가 된다면 비고객을 고객으로 끌어들인 블루 오션을 창출한 셈이다. 미국에서 소수 한인들의 입맛을 맞추기보다는 다수 미국인들의 넉넉한 호주머니를 끌어들임으로 인해 새로운 수요 창출과 더불어 고수익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셈이다.
1994년도에 초창기 인터넷 산업에 뛰어든 중소규모의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었다. 컴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필자가 비록 전문적인 기술은 전무하더라도 인터넷의 가능성에 대해서 미래를 예측하고 시장을 조사했던 보고서를 먼 훗날 읽고는 나 스스로가 놀라서 왜 진작 그 방향으로 진로를 추진하지 못했을까 하고 후회했던 적이 있었다.
블루 오션을 창출한다는 것은 반드시 그 분야의 전문인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전문화가 되면 자신에게는 당연한 것이 고객에게는 너무 복잡해져서 고객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내놓기 위한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
블루 오션의 창출은 남보다 조금 더 고민하고 조금 더 신경을 쓰는데서 시작한다. 지금까지 너무도 당연히 여겨왔던 것들을 계속함으로써 레드 오션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은 아닌지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에서 모든 일은 새롭게 시작된다. 또한 남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친 모든 이들에게 우리의 삶의 블루 오션을 찾자고 말하고 싶다.

신민수/벤츠 세일즈 매니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