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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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낙관주의

2008-03-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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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펴냄

한국사회는 지난 반세기동안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룩해왔다. 하지만 유교적, 가부장적 의식의 유제는 새롭게 변화하는 사회현상과 유리된 채 우리 모두 특히 여성들을 짓누르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혼과 재혼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와 새 가족의 생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정립되지 못한 채 편견과 오해가 만연한 상황에서 가족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스스로 3번의 이혼을 경험한 작가가 이 문제에 정면 도전해서 소설로 풀어낸다. 이 소설은 한국의 모 신문에 연재되기도 전에 작가의 전 남편이 인격권의 침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소설의 게재 및 배포 금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기도 하였다. 그만큼 이 소설은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으며 작품에 등장하는 엄마가 작가 본인의 모습임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즐거운 나의 집>의 주인공 위녕은 고 3이 되기 전 십대의 마지막 시기를 엄마와 함께 보내겠다며 아버지와 새엄마를 떠나 B시로 거처를 옮긴다. 소설은 유명 소설가인 엄마의 집에서 여섯 번의 계절이 변하는 동안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위녕은 새로운 가족(외가 식구들과 형제)을 발견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존재(고양이 코코)와 동생 둥빈 아빠의 죽음을 맞기도 하며 엄마의 새 남자친구를 만나고 또래 친구를 통해 평범한(?) 가족이라는 환상을 깨기도 한다.
이 책은 위녕의 성장을 그린 성장소설이자 가족의 새로운 의미를 찾고자 한 가족소설이면서 동시에 상처와 그 치유를 통해 삶을 성찰하는 소설로도 읽을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심각하고 슬픔에 가득 차야만 할 것 같은 가족의 이야기 안에 웃음과 유머가 가득하다는 점이다. 작품 전편에서 만나게 되는 이러한 웃음은 단순한 유머가 아니라 삶이 준 온갖 상처를 이겨낸 자에게만 허락되는 건강한 낙관주의이다. 이러한 낙관주의는 웃음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 자신의 모든 것을 솔직하고 진실하게 드러냄으로써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물로 소설 속에서 캐릭터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형열(알라딘서점 대표)
www.Aladd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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