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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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법 상식 - 업주·직원의 의무

2008-02-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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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문제를 다룬 최근의 노동법 관련 케이스들은 고용주와 직원 양쪽 모두의 책임과 의무 사항들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에 소개되는 사례는 이같은 최근 케이스들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가상의 인물과 사건을 사용한 것이다.
최근 판결이 나온 케이스에서 김씨는 LA의 소주 회사인 서울소주에서 트럭 운전사로 일했다. 어느날 아침 김씨는 회사 창고 앞에서 소주 보관용 대형 상자를 발견하고 이를 개인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집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이 보관용 상자는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는 명확한 표시도 없었고 소주를 운반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 적도 없었다. 단지 서울소주에서 출시된 소주들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었다.
김씨는 자신의 픽업 트럭 짐칸에 이 소주 상자를 실은 뒤 집으로 향하기 위해 프리웨이를 타고 가던 중 픽업 트럭의 짐칸 문이 김씨도 모르게 갑자기 열리면서 소주 상자가 프리웨이 위로 떨어졌다. 그런데 불행히도 김씨의 트럭 뒤를 따라오던 차의 운전자가 떨어진 소주 상자를 피하지 못하고 이와 부딪히면서 차가 파손되고 부상까지 당했다.
사고 후에 이 운전자는 김씨가 앞차의 운전자임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경찰 수사관들이 떨어진 상자에 ‘서울소주’라고 찍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고를 당한 운전자는 서울소주를 상대로 과실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소주는 창고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기록을 조사한 뒤 김씨가 회사의 허락 없이 보관용 상자를 가져간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서울소주는 회사의 허락 없이 행해진 직원의 행위에 대해서 회사측은 책임이 없으며 특히 직원들이 근무의 영역 밖에서 행한 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직원인 김씨가 회사의 허락이나 인지 없이 운송용이 아닌 보관용 상자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 서울소주는 원고인 운전자에 대해 이를 방지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또 보관용 상자가 운송용으로 부적절하게 사용되는 것을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서울소주가 김씨 등 직원들에게 그같은 목적으로 이를 사용할 때 안전하게 다루는 법에 대해 교육할 의무도 없다고 판결했다. 또한 법원은 김씨가 그 상자를 부적절한 목적으로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은 김씨의 고용의 범위에 들어 있지 않은 행위라고 판결했다. 즉, 다시 말하면 보관용 상자의 운송은 김씨의 일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서울소주는 김씨의 부주의한 보관용 상자 사용 행위에 대한 책임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같은 판결에도 불구하고 회사 기물의 사용에 대해 직원들에게 항상 적절하게 교육시키는 것은 혹시 있을지도 모를 소송을 미연에 막는 좋은 방지책이 될 수 있다.

이종호 <변호사>
(213)388-9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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