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늘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꿈꿔왔던 아이.
천명기(17·미국명 데이빗·브롱스 과학고 12학년)군의 손에서는 언제나 조립식 장난감과 각종 기계 부품이 떠날 날이 없었다.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지작거리며 이것저것 끼워 맞춰 조립하며 전혀 쉴 틈을 주지 않는 통에 곧잘 밥먹는 시간도 잊어버릴 정도였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미국에 오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한국에서 당시 500원짜리 조립식 장난감은 변신 로봇에서부터 자동차, 비행기, 오토바이 등을 모두 섭렵했다. 특히 장난감 자동차가 너무많아지자 아버지가 나무판으로 장난감 자동차 차고를 따로 만들어줘야 했을 정도. 그저 모든 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익숙해지려 하기보다는 무슨 일이든 능동적으로 직접 경험하고 실험하길 즐기던 이런 태도는 공부하는 습관에서도 잘 드러난다.
“외우는 과목은 시간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전 생각 없이 무조건 외우기만 하면 누구나 정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나 과목의 공부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때문에 가장 좋아하는 과목을 꼽으라면 끊임없이 이리저리 다른 방법으로 생각을 하며 풀어야 답을 찾을 수 있는 수학과 과학과목이다. 어린 나이에 일찍(?) 철이 들어 이민생활로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학원도 방학 때를 제외하곤 거의 다녀본 적이 없다. 후배들을 가르치며 자기 용돈은 거의 스스로 알아서 해결한 효자기도 하다.
학원 대신 평소 자주 찾는 곳은 서점. 집에서는 컴퓨터와 텔레비전, 전화기에 방해를 받기 쉬워 집중하기 어렵지만 서점은 늘 조용해서 집중해 공부하기도 좋고 필요한 책은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어서 공부하기 최적의 장소라고. SAT시험 준비도 아버지가 사다 준 책 몇 권으로 거의 혼자 공부하다시피 했다.
각박한 이민생활 속에서도 늘 가족의 화합을 중시하는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요즘은 온 가족이 주말이면 공원에 나가 외발자전거를 탄다. 외발자전거의 중심을 잡으려면 배와 다리, 발목 등에 힘을 많이 필요로 해 뱃살 빼기에는 최고의 운동이라고. 외발자전거를 처음 시작한 아버지의 권유로 이제는 어머니와 남동생까지 함께 타고 있다. 학교에서는 얼마 전부터 기계체조 팀에 합류, 학교 대표선수로 활약하고 있고 평일에는 방과 후에 학교에 남아 지칠 때까지 체조 연습을 한 뒤 귀가한다. 수학팀과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어반 댄스 클럽도 빠질 수 없는 동아리 활동이다.
올 가을 대학 진학을 앞두고 이미 미국 종합대학 전국 순위 14위에 올라 있는 명문 노스웨스턴 대학의 기계공학과에 조기 합격한 상태다. 엔지니어의 꿈을 안고 대학 졸업 후에는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취득한 뒤 자동차 관련 엔지니어링 회사를 직접 경영해보겠다는 당찬 꿈도 갖고 있다. 동화 속 이야기로 상상만했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머지않아 뉴욕 출신 한인의 손에서 탄생할 날도 멀지 않았다. 데이빗이라는 영문이름보다 명기라는 한국 이름이 좋다는 천군은 천범석·김순경씨 부부의 2남 중 첫째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