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들도 여아 선호 성향 두드러져
최근 한국의 젊은 부부들 사이에 딸 낳기를 바라는 붐이 일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주 한인 부부들 사이에서도 여아 선호의 추세가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까지 결혼 2~3년차 부부들의 모임에서 꼭 한 번씩 나오는 우스갯소리 중의 하나가 바로 “첫째가 딸, 둘째가 아들이면 금메달”, “딸 둘이면 은메달”, “첫째가 아들, 둘째가 딸이면 동메달”, “아들만 둘이면 목 매달…”이라는 말이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도와 유교 중심의 문화가 남성 평등과 여권 신장의 흐름으로 바뀐 지 오래인 한국에서는 이미 신생아의 남녀 비율이 점차 균등해지는데서 보듯이 남아 선호가 여아 선호로 변화하고 있다.
월드 뱅크가 작년 말에 한국의 성비에 관해 연구해서 발표했던 자료에 따르면, 1990년 100명의 여자 아이가 탄생할 때 남자 아이의 비율은 116.5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이 비율이 여야 100명당 남아 107.4명으로 바뀌었다. 가부장제도 아래에서 가문의 혈통을 잇고 조상의 공덕을 기리며 부모를 부양하는 의무가 주어져 소중하게 여겨졌던 남자 아이였지만 호주제가 폐지되는 등 양성 평등에 기초한 가족법이 등장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한 여성들의 부모에 대한 지원이 남성 못지 않아진 지금은 키우는 딸들이 대접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남성 평등의 목소리가 한국 보다 먼저 커졌던 미국내 시카고 한인사회에도 한국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민자, 유학생, 지상사 직원 부부 등을 중심으로 여아 선호 추세가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세 살된 큰 딸에 이어 작년 말에 두 번째 딸을 얻은 직장인 허정규씨는“예전에는 아들 하나 낳기 위해 딸만 셋 낳고 또 한번 도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제는 딸 하나 낳기 위해 아들을 2~3명을 낳은 경우도 있더라”며“사실 아들이냐 딸이냐는 신경쓰지 않았지만 딸아이를 선호하는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산 적은 있다. 어차피 이제는 부모와 자녀 간에 서로 의존도가 낮아진 만큼, 애교 많고 애정 표현이 많은 딸 키우는 재미도 있겠고, 아들만의 장점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상록회 회원인 한 노인은“우리 때나 남자가 중했지, 요즘 특히 미국에서는 남자냐 여자냐 상관없이 자기하기 나름인 것 같다”면서남아 선호 사상이 한창이던 70년대에 한국정부에서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표어까지 나오던 시절이 먼 옛날처럼 느껴질 만큼 시대가 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