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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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학부모“사춘기 자녀 어떡해”

2008-01-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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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아직 어린데 2차 성징에 이유없는 반항까지...

“요즘 사춘기는 유치원부터 시작이래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겪어보니 정말이더군요.”

16일 오전 플러싱의 한 찻집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한인 학부모 6~7명의 화두는 ‘사춘기 자녀’로 집중됐다. 한 엄마는 초등학교 1학년생 아들을 둔 여동생의 일화를 들려줬다. 아들이 하교한 후 목욕을 시키고 있을 때 어린 아들이 갑자기 엄마 가슴을 문지르면서 ‘엄마! 야동(야한 동영상의 준말)에서는 이렇게 하는 거지?’라고 말해 화들짝 놀랐다는 얘기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엄마는 올해 6학년인 옆집 한인부부의 딸아이 얘기를 전했다. 학교에서 이제 막 성교육을 받기 시작한 딸아이가 말썽꾸러기 동생을 호되게 야단치고 속상해하는 엄마를 바라보며 ‘그러게 아빠랑 할 때 콘돔을 끼고 하지 그랬느냐’고 소리치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 차라리 동생을 낳지 않았으면 좋지 않았겠느냐는 말을 그리 표현한 것이었다.

한 아빠는 평소 성실하고 조용한 성격의 모범생 아들이 요즘 뜬금없는 행동을 보인다며 걱정스러움을 표했다. 학교 체육시간에 운동도 안하고 버티다가 결국 학교에서 부모에게 전화를 했던 것. ‘그럴 아이가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도 5학년생 아들에게 왜 그랬는지 물었더니 ‘그냥 하기 싫어서 안한 것뿐인데 왜 이리 요란이냐’며 대뜸 짜증을 내더라고. 이 아빠는 아마도 아들이 사춘기에 접어든 것 같은데 부모가 어찌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며 조언을 구했다.

학부모들이 실제로 보고 들은 경험담은 이후에도 끝없이 이어졌다. 특히 식생활 문화의 변화로 요즘 어린이들은 예전보다 발육속도가 빨라졌고 그만큼 사춘기 시작 연령이 낮아지면서 상상을 뛰어넘는 당혹스러운 일에 부모들의 고민도 커가고 있다. 한 보건기구의 조사 결과, 실제로 요즘에는 남학생의 변성기가 10세 이전에 찾아오고 여학생은 초등학교 1~2학년이면 벌써 가슴에 몽우리가 지고 10세 전에 초경을 치르는 경우도 많아졌다. 정신연령은 아직도 어린아이지만 이른 나이에 2차 성징이 나타나면서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딸만 셋을 둔 한 아빠는 얼마 전 11세 된 첫 딸이 초경을 치른 것을 알고는 남자인 아빠로서 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한참 고민을 한 끝에 케이크와 꽃을 사주며 축하해줬다고 말했다. 이 아빠는 “엄마가 없을 때 아빠에게도 편히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며 “사춘기는 자녀가 이제 어른이 되는 첫 관문에 들어선 것이므로 부모가 사춘기의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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