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본보 창간 15주년 특집

2007-12-0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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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무비자 시행, 한인 경제 득(得)인가 실(失)인가!

▶ 위기가 곧 기회…지혜 모을 땐 轉禍爲福

한국과 미국의 단기 무비자 체결이 캐나다 한인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약(藥)이 될까 아니면 독(毒)이 될까.
본보는 창간 15주년을 맞아 한-미 무비자 체결이 밴쿠버 지역 한인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동포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어느 정도나 되는지 다양한 의견들을 스케치했다. <편집자주>

단기 유학이든 관광이든 아니면 친척 방문이든…. 미국 무비자는 미국을 가고자 하는 한국인들의 오랜 바람이다.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을 열망하는 일부 한인들에게 어쩜 꿈에 그리워하던 신천지일지도 모른다.
한-미 무비자 체결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후 급속도로 무르익어 가고 있는 분위기다. 무비자 시행 일을 두고 한국 측이나 미국 측에서 흘러나오는 소식들을 분석해보면 다소 시일의 문제일 뿐 시행되리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한-미 무비자 시행이 곧 캐나다 경제, 특히 한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도움이 될까 아니면 독이 될까.
그러나 비즈니스를 하는 밴쿠버 한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근심과 걱정은 커가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그때 상황에 맞게 대처하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한인 비즈니스 관계자들은 본국 한인들의 의존도가 높은 업종일수록 타격이 클 것이라는데 의견을 보이고 있다.
아무래도 비자문제로 미국에 갈 수 없었던 단기 유학생 관련 업종이 주된 타킷이 될 것이라는 견해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이용한 단기유학생들이 캐나다에서 미국 쪽으로 많이 선회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는 미화대비 루니의 가치가 지금처럼 등가를 이루거나 더 높아질 때 그 피해는 더욱 클 거라는 전망이다.
또한 여행업계 고민도 깊다. 한-미 무비자 체결에 앞서 올 해들어 루니의 가치가 미화대비 1.10 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캐나다를 찾는 방문객이 뚝 끊어져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영업의 어려움을 한차례 겪었던 터라 그 불안의 심경은 더욱 커지고 있다.
딱히 해결점이 없는 상황에서 내년에 한-미 무비자 마저 체결된다면 비자문제로 미국에 가지 못하고 캐나다를 찾았던 고객들마저 빼앗기지 않을까 염려스럽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여행업계는 벌써부터 불황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또한 유학의 생리상 단기 유학 갔다가 장기 유학으로 눌러앉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에서 볼 때 유학생들의 증가로 호황을 누렸던 부동산 업계마저 캐나다 유학생이 줄면서 적잖은 타격을 입지 않을까 염려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밴쿠버 한인 사회의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와는 반대로 시애틀을 중심으로 한 미국 서부지역 한인 비즈니스 업계는 때아닌 호황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미국지역의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높이는 밴쿠버 한인동포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고, 미국 부동산 업체 관계자들도 밴쿠버 한인 자본을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새로운 변화에 대한 발빠른 대응책으로 비쳐진다.
더욱이 한-미 무비자 움직임이 거론되기 전 지난 2-3년 전만 하더라도 밴쿠버와 인접해 있는 시애틀의 경우,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유학원이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지금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먼저 선점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업계의 특성상 벌써 단기 유학생을 겨냥한 투자가 시작되고 있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지난 1994년 5월부터 시작된 한-카 무비자 협정이 캐나다 한인 동포사회에 번영을 가져왔듯이, 한-미 무비자 협정은 10여 년 간 공들여 이룩해왔던 캐나다 한인 동포들의 소박한 번영마저 빼앗아 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토로한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고 자포자기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한-미 무비자 협정에 따른 열매를 캐나다 한인동포들이 나눠가 질 수 있는 지혜를 지금부터 모아간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갖게 한다. <공동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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