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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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크로-속마음 드러내기

2007-11-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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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길 물속은 알아도…”
만약 사람들이 상대방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만 있다면 세상에는 걱정거리가 없을 것이다.
상대방이 자신의 속마음을 금방 드러내는 사람이라면, 혹 기분을 거슬려 무안을 당할까 걱정이고, 무슨 꿍꿍이 속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이라면 언제 뒤통수를 맞을까 두려워서 늘 고민인 것이 세상사는 사람들의 모습이라서 재미있다.
오늘도 사무실에는 툭 털어놓고 자신의 마음을 열어 보이지 않는 셀러와 바이어의 신경전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발생한다.
확실한 바이어에게만 매상 점검을 허락하고 비밀 장부를 공개하겠다는 셀러와 손익 계산이 말한 것처럼 딱 맞아떨어지는 것을 확인해야 조건 해제를 하겠다고 버티는 바이어 사이에 일차적으로는 에이전트의 피땀 어린 절충이 눈물겹고 또 그에 덩달아 이것저것 서류를 작성하느라 에스크로 오피서의 고충도 만만치가 않다.
매상 점검을 ‘확실히’ 끝내고 리스를 ‘철저하게’ 점검한 후에 에스크로를 오픈하고자 하는 바이어와? 계약금 걸고 ‘반드시’ 사겠다는 약조를 한 바이어에게만 장부를 공개하겠다는 셀러 사이에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하는 비유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산다.
제 3자인 에이전트나 에스크로 오피서에게 사업체의 취약점이나 자신의 크레딧 문제는 절대 미리 드러내는 법이 없다.
심지어 미리 알고 있는 정보에 대한 설명, 예를 들면 같은 샤핑몰 내에 비슷한 업체의 입주 예정이라든지, 길 건너 새로운 장소에 유사 경쟁사의 오픈 등에 관한 소식, 건물주와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일일이 고지식하게 설명하는 셀러는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 되고 수년 전 파일한 뱅크럽시를 시시콜콜 얘기하고 본론을 시작하는 바이어도 찾기 힘들다.
꼼짝없는 셀러와 바이어로 서로 묶기 전에는 자신의 감추고 싶은 카드를 꺼내는 것이 솔직하다기보다 사람들은 어리석다고 말한다.
사실 결혼 전 콩깍지가 씌우기 전에 자신의 결점과 가정의 허물을 먼저 오픈할 수 있는 대담한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애틋한 마음에 더욱 사랑이 깊어질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 당당함보다는 약한 모습을 선택하고 만다.
간혹 자신의 사업체 형편과 자책을 솔직히 털어놓고 그 개선 방안까지 제시하여 100% 오픈하는 셀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안개 속처럼 알듯 모를 듯 감추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른 솔직한 셀러의 모습에 매력을 느껴 오히려 믿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바이어의 모습을 보는 것도 정말 신선하다.
매매가격의 일부를 선금으로 받기를 원하는 마음을 숨긴 채 마치 갑작스런 사정으로 못 팔 것처럼 바이어를 애태우는 경우도 있고 경비를 줄이자 거나 에스크로 기간을 줄이자는 달콤한 유혹으로 거처야 되는 절차를 생략하고 상대를 함정에 모는 욕심쟁이들 때문에 타운은 늘 법적 시비로 시끄럽다.
은밀하게 전화로 자신의 입장에서 그야말로 유리한 문장을 삽입 혹은 삭제를 부탁하는 셀러 때문에? 난처할 때가 있다.
민감한 사항이 걸린 문제들은 반드시 확인하고 짚고 넘어가서 문서화라는 것이 상례이고 절차라는 것을 설명하면 우리 특유의 기질인 “대충 자연스럽게“ 넘어가기를 요구하고 만약 그에 맞장구를 못 맞추게 되면 “융통성 없는 오피서”로 낙인찍힌다.
새내기 오피서들에게 “고객의 만족”과 “정확한 일처리” 모두를 강조하다 보면 두 가지를 함께 할 수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모순에 봉착할 때가 안타깝다.
지난 봄, 대충 넘어가지 못한 에스크로 오피서의 깐깐함 때문에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하신 H선생님의 불편하셨던 말씀 때문에 마음 한 구석이 늘 편치 않았는데 며칠 전 기막히게 싸게 나온 매물을 잘 좀 ‘꼼꼼히’ 에스크로를 해달하고 부탁하시어 묵은 체증을 내리게 되었다.
쿨한 에스크로 오피서보다 인정사정없는 오피서가 왜 필요하셨을까?
jae@primaescrow.com
(213)365-8081
제이 권
<프리마 에스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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