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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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 벤자민 카도조 고교 11학년 태권도 3단 박하나 양

2007-11-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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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 이얍!
힘찬 기합소리와 함께 시원하게 내지른 멋진 발차기로 두꺼운 송판 여러 장이 한꺼번에 와르르 박살이 나고 말았다.

태권도 공인 3단의 실력을 지닌 태권소녀 박하나(17·벤자민 카도조 고교 11학년)양. 도복을 입지 않고 있었다면 그저 가녀린 여학생으로만 생각될 외모지만 도복 차림에서는 상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숨겨져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태권도를 하는 아빠를 무턱대고 따라나서면서 처음 태권도를 시작하게 됐지만 무엇보다 여자도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좋다며 태권도 예찬론을 펼친다.

태권도가 공격보다는 방어를 위주로 가르치다보니 자기자신을 지키는데 더 없이 좋은 운동이지만 때로 여학생들을 괴롭히는 못된 남학생들이 있을 때에는 따끔하게 혼내주는 배짱도 지녔다.
그 때문일까? 여자친구들 사이에서는 늘 든든한 남자친구 역할을 하다보니 남학생들보다는 동성친구들 사이에서 더 인기가 많다. 덕분에 남학생들이 자신을 여자로 생각하질 않는다는 귀여운 불평이 곧바로 이어졌다.
2년 전 미국에 와서 낯선 이민생활을 시작했을 때에도 태권도 3단의 실력자라는 소문이 학교에 금세 퍼져 자신을 왕따시키거나 괴롭히며 텃세를 부리는 학생들도 감히(?) 없었다고.


운동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워낙 운동신경이 좋은 탓에 웬만한 운동종목은 남학생들과 대결해도 지지 않을 자신감도 있다. 태권도에서는 특히 여러 가지 난이도가 높은 ‘기술 발차기’가 가장 자신있는 기술이라고. 아직은 학교에서 ESL반에 있는 관계로 학교에서의 활동폭이 그리 넓지 못하지만 최근 새로운 목표가 하나 생겼다. 태권도로 타인종 학생들에게 한류 전도사로 나서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이다.

뉴욕시에서 한인학생이 가장 많은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다민족 축제에서 한인학생 무대가 전무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던 한인 친구들과 뜻을 모아 지난달 열린 행사에서 처음으로 태권체조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학교 친구들에게 이날 행사가 실린 뉴욕한국일보의 기사를 보여주고는 교실에서 큰 박수까지 받은 일을 계기로 삼아 태권도로 한류 전파에 한몫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는 것. 나아가 내년에는 더욱 멋진 태권체조를 무대에 올리고자 친구들과 벌써 기획을 시작했고 내후년 졸업 후에는 후배들이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탄탄한 기초를 다져놓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뛰어난 운동신경을 바탕으로 앞으로 군인이나 경찰이 되고픈 꿈도 차근차근 키워나가고 있다. 동시에 아직 미국생활이 짧아 부족한 영어실력을 키우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만화를 보며 익힌 일본어 실력이 상당한만큼 영어도 유사한 결과를 얻길 바라는 기대감으로 장래 꿈을 이루기 위해 만화도 열심히 보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밖에서는 태권소녀라는 강한 이미지로 비쳐지지만 집에서는 무거운 짐을 들어야 할 때에는 아들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도 부모님 앞에서는 애교 만점의 막내딸로 돌아간다는 박양은 박광석·길미연씨 부부의 3녀 중 막내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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