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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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과 그린 게이블스를 방문하고

2007-11-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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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님들과 자녀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미국의 역사와 문화기행

주온경<데이비슨 초등학교 도서미디어 교사>

④ 빨간 머리 앤 (Anne of Green Gables- 빨간 머리 앤의 영어제목이자, 소설의 배경이 된 그린 게이블스 하우스)

프린스 에드워드 섬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는 동안 필자는 소녀시절 읽었던 소설, 빨간 머리 앤 (Anne of Green Gables)의 배경이 되었고 그 소설의 작가인 루시모드 몽고메리 (L. M. Montgomery (1874-1942)가 어린 시절 많은 시간을 보냈던 그린 게이블스 농장을 처음으로 방문한다는 사실에 무척 마음이 설레었다. 이 소설로 몽고메리 여사는 ‘영어로 씌어진 소설 중에 가장 사랑스러운 주인공 소년, 소녀 중 하나인 앤’을 탄생시킨 작가로서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되었으며 애독자들의 성원에 따라 주인공인 앤 셜리가 53세가 될 때까지 총 7권의 속편을 썼다.


그 소설이 어린 시절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유 중의 하나는 작가가 책 속에서 묘사한 수많은 배경들이었다. 얼마나 사실적으로 묘사를 했는지, 책을 읽으면서 내가 마치 그곳에 가본 것처럼 그 숲속에서 나는 나무 향내와 다리를 건너는 느낌까지도 느낄 수 있도록 그렇게 작가
는 배경묘사를 참 잘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 소설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한다. 레이첼 린드 아주머니의 집은 아본리 중심도로가 좁아지다가 끝나는 조그만 낮은 지대에 위치해 있는데 이곳에는 온갖 꽃들이 피어있고, 숲속으로부터 흘러내려오는 시냇물이 그 집 앞을 흘러 지나고 있었다...

약 100년 전에 씌어진 이 소설이 아직까지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배경 외에도 이 이야기의 등장인물들과 줄거리이다. 어릴 적 부모님을 잃고 노바 스코시아의 고아원에서 지내면서 어린 아이들을 돌보며 지내던 주인공 소녀 앤은 고아원을 떠나 평생 살 수 있는 가정으로 입양되어 학교에 다니기를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앤은 고아원 원장으로부터 그녀를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 사람을 만나러 기차에 몸을 싣고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아본리 역에 도착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 나오는 그린 게이블스의 주인인 마릴라 아주머니와 매튜 아저씨는 사실은 농사일을 도울 남자아이를 원했었던 것이었다. 소개한 사람의 실수로 남자아이 대신 앤이 오게 된 것인데 남자아이를 마중 나온 매튜 아저씨는 역에서 기다리고 있는 앤을 보자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고 앤을 집으로 데려간다.
하루 밤만 재우고 앤을 고아원에 되돌려 보내려 했던 매튜의 누나 마릴라는 완고하고 무뚝뚝하지만 마음은 어진 사람이었다. 앤을 데려다가 많은 어린 아이들을 돌보게 하겠다고 제의하는, 동정심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동네여자와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앤 사이에서 마릴라 아주머니가 자신의 마음을 결정하게 되면서 이 이야기는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 소설에서 앤은 창백한 얼굴에 주근깨가 있고 숱이 없는 붉은 색 머리를 양쪽으로 땋아 내린 모습으로 묘사된다. 자신의 붉은 머리와 이름을 좋아하지 않는 앤, 하지만 똑똑하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불행한 처지임에도 순수하고 밝은 모습으로 씩씩하게 자라가는 11세 소녀 앤의 이야기를 읽고 이 시대의 소년 소녀들이 공감을 느끼고 용기를 얻으리라 생각된다. 이번 방문에서 알게 된 사실은 작가 몽고메리가 실제로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조부모와 함께 살면서, 가까운 곳에 살던 조부의 사촌 데이빗 맥닐과 마가렛 맥닐의 집, 그린 게이블스 농장과 그 근처 숲속과 오솔길, 호수 등에서 어린 시절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소설 속에서 앤이 마릴라 아줌마와 매튜 아저씨와 함께 살았던 그린 게이블스는 작가의 친척집을 거의 그대로 묘사한 것이었다. 지금은 박물관이 된 그린 게이블스와 그에 딸린 정원 및 숲속, 특히 작가가 소설 속에서 묘사했던 반짝이는 물의 호수(Lake of Shining Waters)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오솔길(Lover’s Lane)등을 직접 보고 걸으며 필자는 작가 몽고메리 여사의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감수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소설속의 주인공인 앤은 작가인 몽고메리 여사를 많이 닮은 것 같았다.

100여 년 전 작가가 거닐었던 정원과 오솔길, 나무들, 호수 등이
자연그대로 보존되어있는 것이 너무나 신기하고 감사했다.
캐나다의 공원국은 현재와 미래의 캐나다인들을 위해 캐나다의 자연과 문화유산들을 보호하고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그린 게이블스의 집과 대지는 몽고메리 여사가 빨간 머리 앤의 소설에서 묘사한 대로 1800년대 말 프린스 에드워드 섬 주택 양식으로 복구, 장식해놓았다.
특히, 10세~15세 가량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와 함께 이 책을 읽고 시간이 되면 프린스 에드워드 섬과 그린 게이블스를 한번쯤 방문하기를 권하고 싶다. 너무나 바쁜 스케줄 속에서 여유 없이 살아가는 우리의 자녀들이 이 소설에 담겨있는 시적인 정서를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⑤ 그린 게이블스 주변의 가볼만한 곳들
그린 게이블스는 세인트 로렌스 만이 보이는 카벤디시의 6번 도로 선상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몽고메리 여사가 조부모와 함께 살았던 집의 터가 남아 있고, 우체국장이었던 조부가 근무하던 우체국이 아직도 가동되고 있다. 아담한 우체국의 한 쪽은 몽고메리 여사의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 우체국에서 엽서를 보내니 ‘Anne of Green Gables’ 라는 도장을 찍어준다. 또한 그 곳에서 얼마 안 가 6번과 13번 도로가 만나는 곳에 ‘몽고메리의 묘’(L. M. Montgomery’s Grave) 라는 묘지가 있다. 여기에는 몽고메리여사와 그녀의 남편이었던 목사님이 합장된 무덤이 꽃으로 장식되어 있고 그녀의 조부와 사촌들의 묘지도 이곳에 함께 있다.


근처에는 ‘아본리: 빨간 머리 앤의 마을’(Avonlea: Village of Anne of Green Gables)이라는 민속촌이 있는데 이곳에는 소설에 나오는 아본리 기차역과 앤이 살던 그린 게이블스 주변 마을의 가게, 학교, 정원, 교회, 외양간 등을 재현해 놓았고 관광객들은 표를 사면 하루 종일 음악회, 댄스, 마을 장터, 소젖 짜기 등의 행사를 즐길 수 있다. 정말 앤의 팬이라면 써머사이드(Summerside)시에 가서 이 소설을 무대로 옮겨 재현한 ‘앤과 길버트’라는 2시간 반짜리 뮤지컬을 볼 수도 있다.

⑥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떠나며
프린스 에드워드 섬은 인공적인 흔적이 거의 없는 천연의 공원이다. 붉은 모래흙이 바람에 날려 만들어진 모래언덕, 모래 기둥, 붉은 색 사암이 오랜 세월동안 비, 바람으로 인해 이제는 구멍이 송송 나있다. 섬 내부는 형형색색의 작은 조약돌들이 물속에 잠겨 있는 아름다운 바닷가, 산이 없이 넓다란 초록색 융단 같은 구릉, 곳곳에 피어있는 노란색, 보라색 들꽃들이 한편의 풍경화인양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우드 아일랜드에서 노바 스코시아로 떠나는 카 페리를 타고 뒤돌아 본
프린스 에드워드 섬 끝에는 하얀색 몸통에 빨간색으로 테두리를 한 등대가 초록색 잔디와 붉은 흙, 파란색 바다와 함께 어우러져 앙증맞게 서있다. 언젠가 다시한번 꼭 찾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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