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이 영면하소서…”

2007-11-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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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이저건 희생자 추도식

▶ 공항과 캠룹스서 500여 명 참석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경찰의 테이저건(전기충격총) 발포로 숨진 로버트 지칸스키씨의 추도식이 17일 오전 밴쿠버 공항과 희생자의 어머니가 살고 있는 캠룹스에서 각각 거행됐다.
지칸스키씨가 숨진 밴쿠버 공항 국제선 도착 로비에는 폴란드계 이민자와 시민단체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참사 현장에 마련된 분향소에 헌화하고 폴란드 국가와 캐나다 국가 ‘오 캐나다’를 부르며 숨진 지칸스키를 추도했다.
추도식을 주관한 밴쿠버지역 폴란드인 모임의 실비아 씨는 “이민자의 나라 캐나다에서 공항에 첫 발을 디딘 이민자에게 발포해 숨지게 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며 “지칸스키씨는 목숨을 잃고, 어머니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으며, 캐나다는 ‘인권 선진국’이라는 명예를 잃었다”고 경찰 측을 비난했다.
이 날 밴쿠버 공항으로 입국한 여행객 최정숙씨(63)는 “오늘따라 입국심사가 다른 때보다 유달리 빨리 진행돼 의아했는 데 심사장 밖으로 나오고서야 왜 그랬는 지 알았다”며 사고 소식에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지칸스키씨의 어머니 조피아 시소브스키씨가 살고 있는 캠룹스에서도 추도식이 열려 유가족과 인근 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한편 사고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이 일반에 공개돼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시청한 가운데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는 실제 상황이 너무 잔혹하다는 이유로 방영을 금지시켜 논란을 빚고 있는 데 세계 인권운동 단체는 “이 동영상은 단순히 흥미 거리가 아니라 인권에 관한 내용”이라며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재공개를 요청했다. /이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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