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좋은 일 하고 돈도 절약하고”

2007-11-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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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국 ‘아름다운가게’ 이강백 집행위원장

▶ 기부문화 형성·새로운 소비문화 역할

’쓰리프트 스토어’와 ‘밸류 빌리지’...
밴쿠버 주민이라면 아마 한두 번쯤 방문했음직한 재활용품 매장이다. 본인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기증 받아 필요한 사람에게 판매하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수익을 다시 재분배해 좋은 일도 하고 실용적 도움도 주는‘일거다득 (一擧多得)’형 알뜰 시장이라 할 수 있다.
한국에는‘아름다운 재단’산하의 수익 사업체‘아름다운 가게’가 있어 일상생활에서 나누며 실천하는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다. 지난 2002년 가을 첫 가게를 연 후 지금까지 전국에 67개 지점을 낼만큼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고 있는 아름다운 가게의 이강백 집행위원장(사진) 을 만나 나눔과 봉사, 그리고‘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 밴쿠버에는 무슨 일로 왔나
-포스코 청암재단에서 지원하는 시민활동가 해외연수로 올 9월부터 1년 과정으로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UBC)에서‘기부자 관리전략과 효과적 채리티 가게 운영’을 연구하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이름이 특이하다. 무슨 일을 하나?
- 쉽게 이야기하자면 밴쿠버의 쓰리프트 스토어를 생각하면 된다. 시민들로부터 기증 받은 물건들을 필요한 사람에게 되팔아 수익을 남기고 그 수익을 정부지원이 미치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나 공익단체에 기증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이라니,‘비영리 단체’와‘수익’이라는 두 단어가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
- 간단하다. 비영리단체는 이윤을 내서는 안 된다는 금기를 깨면 된다. 사회적 기업도 얼마든지 좋은 일을 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다. 그 수익을 다시 좋은 일에 사용하니 이윤 창출에 대한 의지도 강해진다. 실제로 아름다운 가게의 경우 일년 매출이 94억 원에 이르고 이중 30억 원이 수익배분으로 나눠진다. 유급직원만 180 명에 이를 만큼 사회 고용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밴쿠버 교민들이 이런 사회적 기업을 이용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 크게 4가지 역할이 있다. 우선 기부문화의 형성이다. ‘돈’만 기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내가 사용했던 물품을 기증함으로써 새로운 기부 방법을 만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좋은 일을 한다’는 자부심도 생길 수 있다. 통계적으로 과거 2년 간 사용하지 않은 물품을 앞으로도 계속 사용하지 않을 확률이 95%이다. 다시 말하면 충분히 사용 가능한 물품을 좋은 일에 쓸 수 있다는 말이다. 둘째로 자원봉사 기회의 확대다. 아름다운 가게도 전국적으로 6,000 명의 자원봉사자가 있다. 다음으로 새로운 소비문화를 들 수 있다. 새 물건을 구입하는 대신 잘 관리된 중고물품을 구입하게 되면 적은 비용으로 똑같은 효용가치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친 환경주의다. 기존에 생산된 제품의 사용빈도가 높아지면 새 제품을 만들자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일이 덜하지 않는가. 이용자 입장에서 볼 때 모든 면에서 결코‘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밴쿠버 교민들에 당부하고싶은 말은.
밴쿠버에는 이미 쓰리프트 스토어나 밸류 빌리지가 있어 알뜰시장 형태가 교민들에게 낯설지 않다. 이들 매장을 잘 이용하면 사회에 도움도 주고 현실적으로도 훌륭한 선택이 된다. /이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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