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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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크로-자식을 위하여

2007-11-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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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인생에 무엇을 남기고 싶으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호랑이 가죽’말고 다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이름을 남기고자 명예로운 삶을 원하는 사람도 있고, 위대한 업적을 이루기를 바라는 이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풍족한 삶을 바탕으로 하였을 때라고 흔히들 말한다. ‘돈’은 목적이 아니고 수단이며, 단지 생활을 편리하게 할 뿐이라고 형이상학적으로 늘 강조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머리가 계획한 대로 인생이나 사업에 구상을 하고 실천을 해나가지만, 환경이 변하고 인정에 끌려 늘 수정해 나가는 것이 또한 인생이다.
우리가 흔히 유태인들의 교육열과 그 방법에 대해 배우고 닮고자 노력하지만 그 ‘냉철함’ 내지는 ‘냉정함’이 문제가 된다.
더욱이 이곳에서 이민 생활을 하는 대다수 분들이 자신들의 고생은 다 잊고 그저 자식들이 애쓰는 모습만 안쓰러워한다.
자신은 오래된 낡은 양복을 꺼내 입어도 커가는 자식의 파티복은 고급으로 사주고 싶어 하고 자신은 1년에 한번 가는 미장원이지만 딸아이의 머리와 손톱까지 공주로 만드는 데는 아낌없이 쓴다.
아이들에게 미리 매너와 댄스를 가르치는 타인종 부모들에 비해 우리들은 사뭇 ‘물질적’인 면이 많이 강조되어 겉으로 드러나는 면에 전력을 쏟지만, 막상 파티장에서의 모습을 본다면 무엇이 중요한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새 옷에 완벽한 변신은 아니지만 신나게 춤을 추고 즐기는 모습이 훨씬 보기 좋다. 물려받은 파티복에, 얻어 타는 스케이트보드, 물물교환 한 게임기를 자랑스럽게 얘기하며 즐기는 아이들에 비해 우리는 ‘애들 기 죽일까봐’……. 어려운 일이다.
재산이 제법 넉넉하거나 단 집 한 채의 재산이라 해도 타인종 손님들은 은퇴하면서 명의를 가족 트러스트 혹은 리빙 트러스트로 변경하고 손자나 손녀의 학비를 내주는 것으로 어카운트를 설정한다. ?
연로하신 어르신네께서 정부 보조를 받기 위하여 다 큰 자식에게 명의를 넘기기를 원하는 문의를 받을 때마다 마음이 씁쓸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정식 에스크로가 아닌 명의 이전은 편의로 도와주기 어렵다고 하면 자식들이 적극적으로 방법과 변칙절차를 모색한다.
명의를 돌려놓은 후, 에퀴티 융자로 사업 자금을 마련하고 그리고 세금을 공제받으며 부모님의 물질적인 사랑을 흠뻑 받지만, 결국 능력 밖의 페이먼트는 비켜갈 수 없는 짐이 되고 마는 것이다.
결국 생색도 없이 허무하게 재산을 넘겨주신 어르신네들이 노인 아파트에도 갈 능력이 못되어 어렵게 사시는 모습은 정말 안타깝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어느 누구나 같고 또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표현 방법과 문화가 다르다 보니 보여 지는 모양새도 각각이다.
자식을 위하여 가업을 물려주기를 원하기 보다는 자식이 나보다 나은 길을 걷기를 바란다. 자식에게 근검절약하는 습관을 길들이기보다는 돈에 구에 받지 않고 편안하게 살기를 원한다. 자식이 부모를 닮기보다는 영웅을 닮기를 바란다.
손님들 대부분은 자신의 이민 무용담보다는 자식에 대한 자랑에 늘 신이 나신다.
그리고 그 자식을 위하여 힘든 줄 모르고 밤낮으로 일하고 투자하여 평탄한 미래를 개척해 주는 데 인생의 목적을 세운다.
그런데 늘 의문인 것은 왜 그 자녀를 위하여 유언을 사전에 준비 않는가 하는 것이다.
여행을 갈 때마다 유언을 하는 사람들도 유별스럽지만 험한 일 겪으면서도 대비가 없는 것도 황당한 일이다. 미리 미리 변호사와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는 어떨까?
가끔 법원 집행에 의하여 상속 배분하는 에스크로를 진행하다 보면 느끼는 바가 크다.
지난 번 목사님 설교말씀에 “심은 나무의 열매는 누가 먹는가? 내가 먹지 못하므로 심지 않는가?”하시었다. 생각할수록 감동이 남는다.
jae@primaescrow.com
(213)365-8081
제이 권
<프리마 에스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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