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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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크로-가깝고도 먼 사이?

2007-11-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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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흔히 말하기를 촌수가 없기 때문에 부부는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도 하고 또 등 돌리면 남이라고도 한다.
에스크로일을 하다 보니 부부보다는 동업자가 더 가까운 사이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사실 부부는 저녁에 집에 가서 식사하고 취침하고 아침에 잠깐 얼굴 보는 게 고작이지만 동업자는 하루 종일 함께 일하고 고민한다.
몇 주 전에 클로징한 한 커머셜 건물과 사업체는 두 동업자의 관계로 바이어가 “어부지리”로 큰 이득을 얻은 아슬아슬했지만 흔히 있는 에스크로였다.
타인종인 셀러 두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서로에 대한 불신이 쌓여서 한 동업자가 새로운 사업체를 과외로 시작하면서 극도로 격해지는 사이로 발전하였다.
가게의 물건을 빼돌린다고 의심하기도 하고 가게외 건물에 들이는 노력과 시간에 대한 불공평한 분배와 이득과 관련된 불만이 결국 “동업 파기”라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처음 두사람의 관계는 학교나 고향의 선후배이기도 하고 많은 점에서 서로의 장점이 두드러지나 헤어짐에 있어서 그 살벌함은 과히 “납량 특집”감이다.
상대방에 대한 흠집 내기는 정치인을 뺨치고 잘못된 것에 대한 책임에 있어서는 기억나는 것이 너무 많으며 모두 나보다는 상대의 무책임내지는 불공평한 처사로 생긴 결과가 된다.
물건 진열에 대한 취향에서 부터 구입에 대한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 실책, 그리고 재고에 대한 파악과 경비처리까지 치열한 공방으로 에스크로가 휘청거리면서 “바람앞의 등잔불”이 되기도 했다.
함께 자리를 마련하기 어려웠던 터라 양 쪽으로 다니며 다리품을 팔고 설명하느라고 에이전트분의 수고도 말할 수 없이 컸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셀러의 요구 사항으로 바이어도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극도로 악화된 두 동업자의 관계로 하루라도 빨리 정리하고픈 양 진영의 바람이 있어 막판에 바이어에게 모든 상황이 유리하게 진행이 된 것이다.
한 셀러가 바이어의 부족한 자금을 싼 이자에 융통해 주었고 인벤토리의 부족한 금액도 오너 케리로 도와줌으로 바이어의 숨통이 트이게 해주었다.
거의 모든 조건도 바이어가 원하는 대로 되면서 조금 고생은 됐지만 행운의 바이어가 되었다.
다른 한 셀러는 사사건건 반대를 표방함으로, 설득과 이해를 구하기 위해 에이전트와 바이어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두 셀러 사이에 전혀 불가능한 의사소통 때문에 늘 에스크로 오피서는 같은 서류를 각각 보내야 했고 전화도 양쪽 진영에 같은 내용을 반복해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항상 상대방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는 볼멘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다.
동업에 있어서 기본적인 계약서를 인간적인 믿음으로 소홀이 하는 것이 사실 인지상정이다.
오래 아는 사이에 시시콜콜 따지는 것 같아 멋 적고, 시작부터분위기 망치는 것 같아서 선을 긋지 못하기도 하고, 너무 돈에 대해 집고 넘어가면 사람이 야박해보일까 두렵기도 하다.
초반부터 변호사 찾아가서 확실하게 “관계 확립”을 하자니 좀 살벌하기도 하지만 돈도 만만치가 않아서 그저 “내 맘 같으려니” “믿어야지”하면서 잘해보기로 시작하지만 인간사 늘 변하기 마련이다.
사업 조건이 변하기도 하고 리스 조건이 변하기도 하며 또 경기가? 마음을 편치 않게 만들지만, 제일 변화무쌍한 것은 사람 마음이다.
잘 되면 내 덕이고 안 되면 남 탓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수입이 많으면 욕심이 나서 마음이 불편하고 손해를 보면 원망하느라고 잠 못 이룬다.
서로의 좋은 관계를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의 평안한 마음을 위하여 동업자와의 확실한 계약과 자금 문제를 명백히 해두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결국 두 동업자의 분쟁으로 새우등이 터지는 것이 아니라 새우 배가 불러지는 꼴이 되고 만 것이다.
jae@primaescrow.com
(213)365-8081
제이 권 <프리마 에스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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