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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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학군 ‘위장전입’ 요청 몸살

2007-10-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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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 한인들 아는 사이 거절할수도 받아들일수도...

우수 학군에 거주하는 한인학부모들이 지인들의 계속된 위장전입 요청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로 잘 아는 사이끼리 부탁을 딱히 거절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받아들이기도 곤란해 요즘 밤잠을 설치는 가정이 많다.

2007~08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2008~09학년도를 준비하는 학부모들이 벌써부터 여기저기 위장전입이 가능한 곳을 알아보느라 분주하기 때문이다. 과히 한인사회에 만연한 명문대학 열풍보다 요즘 더 무서운 것이 위장전입으로 성적이 우수한 학교에 자녀를 보내려는 학부모의 열성이라는 말까지 생겨나고 있을만하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해 퀸즈에서 롱아일랜드로 이사한 한인 남모씨도 가깝게 지내온 교인으로부터 요즘 위장전입 요청을 받고 고민 중이다. 교인들끼리 모여서 자녀교육 얘기를 나누던 중 요청이 들어왔을 때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말았는데 한두 달을 계속해서 부탁하는 통에 어찌할 바를 몰라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라고. 미주지역 기혼여성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미시 USA’에도 주변에서 계속되는 위장전입 요청에 시달리다 못해 인터넷에서 속풀이를 하는 주부들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한 여성은 “위장전입 요청을 거절했다고 야박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바람에 친하게 지냈던 주부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 사회생활마저 힘들어지고 있다”며 “불법을 자행하는 자신들의 편의를 봐주지 않는다고 해서 이런 취급을 당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또 다른 여성은 “위장전입을 해줬다가 적발돼 수만 달러의 벌금을 낸 적이 있다”며 “좋은 학군의 집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자신들은 보다 넓고 싸고 좋은 집에 살면서 아이들을 먼 거리 학교까지 출퇴근 시키는 일은 자녀교육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위장전입은 비단 불법행위일 뿐만 아니라 부모의 잘못으로 인해 자녀들이 느끼는 도덕적 수치심 등을 고려한다면 힘들더라도 차라리 원래 정해진 거주지 인근 학교에 다니거나 아니면 목돈이 들더라도 이사를 감행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 게다가 아무리 좋은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를 잘하더라도 정직이라는 가장 중요한 인성교육에 실패하게 될 뿐 아니라 적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위장전입 학생들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고.

올 가을 새 학기 들어 각 학군별로 학생들의 위장전입 적발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위장전입 한 한인학생들이 줄줄이 적발돼 망신을 당한 바 있다. 특히 적발된 학부모들은 한인학원과 유치원에 등록된 학생들의 주소를 해당 학부모들의 동의 없이 돈을 주고 입수해 위장전입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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