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자들과의 저녁식사

2007-10-22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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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은 적극과 긍정의 시작

“선생님, 저는 선생님만 생각하면 그냥 웃음이 나와요. 글쎄, 한번은 자다가 일어나서 웃다가 눈물까지 다 흘렸다니까요.” “아 그랬어? 고맙다 나를 그렇게까지 생각해 주어서…”
“아니, 선생님, 미인이라고 훌륭하다고 자기 자랑에 정신이 없으신 선생님이 왜 저를 이렇게 웃게 만들죠?”
“임마, 그거 너무 뻔하지 않아? 못난 사람이 자기가 미인이다 하고 별 볼일 없는 사람이 자기를 훌륭하다고 착각하고 사는 사람을 보면 그저 고맙고 반가울 뿐만 아니라 잘난 사람이 보면 참 우스운 거, 뭐 그런 거잖아?” “하하하… 아니에요 선생님, 제가 왜 선생님보다 잘 났다고 생각하겠어요?” “나 이제 알았네, 우당탕이가 나를 못나고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 하하하…”
지난 주 일요일 제가 2년 전에 가르쳤던 경제학과 학생 다섯 명이 멀리서 샌타바바라의 저를 찾아와서 맛있는 저녁 한 턱을 잘 내고는 다시 자기들의 직장이 있는 LA와 프레즈노 그리고 오렌지카운티로 돌아갔습니다. K-마트의 점원보다 적은 월급을 받는 제가 100만달러를 버는 사람 이상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졸업생들의 저녁 한 턱은 ‘웃음’이라는 우리가 가진 하늘로부터의 선물 때문입니다. 졸업하고도 슬플 때나 즐거울 때 저를 찾아주는 졸업생들은 저희들이 같이 웃고 지냈던 대학생활의 기억 속에 ‘웃음’이라는 것이 잔뜩 도사리고 있어서 다시 그 ‘웃음’을 찾고 싶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웃음은 원시인들이 처음 만났을 때 서로에게 입을 벌려 이빨을 보여줌으로써 서로 해하지 않겠다는 표시이며 가장 원초적인 사회적 동물로서의 표시라고 합니다.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와 함께 웃음은 지구상의 동물 중 가장 진화된 인간 동물의 복합다단한 행동양식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웃으면서 낙천적으로만 사고하고 살고자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일상생활과 직장생활의 스트레스 속에서 어려운 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웃으면서 한 공부와 그렇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한 공부가 장기간의 효과에는 확실히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국에서 중고등학교 선생을 할 때부터 저의 모토는 웃으면서 가르치고 웃으면서 야단치고 웃으면서 인생을 깊게 사고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공연히 저를 ‘웃음바다 속의 비너스’라고 하면서 위대하고 훌륭하니까 꼭 뷔페식 식당에 간다거나 하면서 웃으면서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이는 제 친할아버지께서 제가 선생이 되어 서울로 발령을 받았을 때 제게 주신 단 하나의 문장이었습니다. 바로 ‘일소일소 일노일노’(한번 웃으면 더 젊어지고 한 번 성내면 더 늙어진다)는 말씀이셨습니다. 먼 하늘을 바라보시며 눈으로 웃으시면서 단지 한 줄 써 주신 이 말씀이 얼마나 크나큰 지혜가 들어있는지 그 때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강좌 ‘Positive Psychology’를 맡고 있는 발벤샤하 교수가 얼마 전 필자가 즐겨보는 코미디 채널의 ‘존 데일리 쇼’에 등장해서 1,500명의 학생에게 한꺼번에 강의하는 내용 중 웃음 그리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의 중요성을 피력했습니다. 지금 미국과 한국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에서 웃음이 얼마나 건강과 일상생활에 중요한지 강력한 주의를 받고 있습니다. 요가를 가르치고 있는 필자의 시간에는 항상 몸을 흔들며 살짝 배 주위를 손바닥으로 치면서 크게 웃는 웃음포즈와 나쁜 감정을 해소시키는 사자의 포효 자세를 빼지 않고 합니다. 웃음은 천연 진통제인 엔돌핀 그리고 신경통이나 염증을 낫게 하는 화학물질을 촉진시킨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이 글을 웃으면서 쓰고 있으니 건강장수는 바로 따 놓은 당상이라고 하겠지요? 웃으면서 적극적인 그리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다 같이 건강 장수합시다!

정 정선
<시인, UC Santa Barbara 한국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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