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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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학부모 신풍속도/ ‘페이스북’ 통해 엿본다

2007-10-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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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딸아이를 올 가을 타지의 대학으로 보낸 40대 중반인 한인주부 백모(퀸즈 리틀넥 거주)씨는 눈을 뜨자마자 컴퓨터를 켜는 것으로 요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부모와 한 번도 떨어져 살아본 적이 없는 딸아이가 혼자서 낯선 대학생활은 잘하고 있는지, 기숙사 룸메이트와는 싸우지 않는지,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어떤 친구를 사귀는지, 행여나 불량하게 생긴 타인종 남자친구라도 생긴 것은 아닌지 딸의 일거수일투족이 늘 궁금하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백씨가 딸아이의 대학생활을 멀리서 간접적으로나마 감시(?)할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페이스북(www.Facebook.com)’ 덕분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인 ‘사이월드(www.Cyworld.com)’의 미국판인 페이스북에 백씨는 마치 딸아이 또래인 것처럼 프로필을 작성해 딸의 미니홈피에 ‘친구’로 등록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딸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구로 등록한 인물 중 하나라는 사실은 까맣게 모른다. 덕분에 백씨는 친구 등록이 허락된 회원들에게만 공개되는 딸의 일기장과도 같은 하루 일과표와 메모장을 수시로 열어보며 요즘 딸의 고민거리는 무엇인지 알아보기도 하고 미니홈피 사진첩에 있는 딸 친구들의 모습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다.딸과 e-메일 주고받기는 기본이지만 딸은 여전히 엄마와 대화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컴맹이었던 백씨가 마음먹고 컴퓨터를 배운 것은 단지 ‘페이스북’을 하기 위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 청소년 세계에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던 ‘마이스페이스(www.MySpace.com)’가 십대들의 반란 사이트라면 ‘페이스북’은 미 대학생들의 놀이터라 불릴 만큼 큰 인기다. 미국의 전문웹진인 ‘테크크런치’는 미 대학생의 85%가 페이스북 사용자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하루 사용자
가 10만명을 넘어서고 하루 평균 1~2회 이상 로그인하지 않는 대학생들은 간첩으로 불릴 정도다.

페이스북은 사이월드처럼 인맥을 기반으로 형성된 개인의 미니홈피여서 본인이 허락한 특정인들에게 자신의 일상생활을 시시콜콜 공개하기도 한다. 때문에 자녀단속에 불안해하는 한인학부모들 사이에서 페이스북 회원가입이 늘고 있는 추세다. 정확한 현황 파악은 힘들지만 요즘 페이스북 가입 여부가 한인학부모들 사이에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는 경우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다.

백씨의 요즘 또 다른 고민은 딸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부디 엄마라는 신분을 들키지 않고 딸의 미니홈피에 친구로 남아있는 것이다. 다른 또래 친구들처럼 서로 사진도 교환하고 속마음도 들려줘야 친구관계가 유지될 텐데 아직 해결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딸이 대학생활에 원만하게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 우선은 고민보다 안도감이 앞선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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