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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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팔래치안 트레일’에서 주운 삶의 지혜

2007-10-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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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지음

미국에 와서 살기 시작한지 올해로 꼭 10년째, 그중 대부분을 남가주에서 살았다. 미국 생활이 3~4년쯤 지나고부터는 낙엽 지는 가을을 그리워하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설악산과 내장산은 비록 수학여행을 통해서 알게 된 산이었지만, 그 말 할 수 없는 수려함, 아름다움, 가을산 계곡 물소리의 청량함 등은 내 향수병의 원천이다시피 했다. 올 가을엔 버지니아에 살고 있으니 차로라도 뉴욕, 뉴저지를 거쳐 단풍이 아름답다는 커네티컷을 구경하고 메인주까지 내달아보면서 미동부의 가을 정취를 느껴보고자 한다.
대신 서평란을 즐겨 읽는 분들에게는 책으로나마 여행을 가실 수 있도록 재미있는 책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빌 브라이슨이 쓴 ‘나를 부르는 숲’은 미국 동부의 등줄기에 해당하는 애팔래치아 산맥으로 난 2,100마일의 애팔래치안 트레일(AT)을 종주한 기록이다.
AT는 해마다 2,000여명이 도전하지만 10%도 안 되는 숫자만이 종주에 성공하는 2,100마일(3360km)의 장거리 등산코스로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트레일이다. 1,500미터가 넘는 봉우리만 350개를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종주 기간만 최소 5개월이 소요되지만 미 동부의 수려한 장관을 관통하는 등산로여서 하이커들에게 ‘꿈의 트레일’로 불리고 있다.
보통 겨우내 준비한 뒤 3월초 남부 조지아주 스프링어 마운튼에서부터 시작, 북단의 메인주 마운트 캐터딘까지 종주하게 되는데 종주 끝 무렵 만나는 메인주의 가을 단풍을 보는 것은 일생에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고 한다.
이 책은 작가와 그 친구가 이 애팔래치안 트레일에 도전한 기록이다.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고 독자를 낄낄거리게 만드는 작가의 대단한 입담과 자연에 대한 애정, 해박한 지식과 종주에 대한 의지는 책 읽는 재미를 한껏 느끼게 해준다. 두 사람의 종주는 결국 실패로 끝난다. 하지만 종주의 결과 보다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경험담은 우리를 자연에 대한 사랑과 우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데 부족함이 없다.

이형열(알라딘 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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