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헤어진 가족 25년 만에 찾아

2007-10-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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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살 때 加 입양된 한인 박은성 씨

▶ “만감이 교차…모든 걸 얻은 느낌”

내달 8일 한국방문…칠순 부친 상봉
BC 주 정부 공무원으로 근무 중

10살 때 캐나다 가정에 입양됐던 박은성(33세·영어명: 니나 기어링) 씨가 가족과 헤어진 지 만 25년에 극적인 상봉을 이뤄 화제다.
박 씨는 올해 4월 경 주밴쿠버총영사관을 찾아가 한국의 가족을 찾아달라고 요청, 주밴쿠버총영사관과 경찰청 그리고 대한사회복지회의 도움을 받아 지난 9월 미국에 살고 있는 큰언니와 셋째 언니를 밴쿠버에서 극적으로 상봉했으며, 한국에 있는 둘째 언니 그리고 아버지의 소식을 알게됐고 박 씨 본인의 이름(본명 박은숙) 등을 정확히 알게돼 그동안 까마득하게 잊고 살았던 가족의 뿌리를 찾게됐다.
박 씨가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 했던 데는 어머니가 두 살 때 집을 나간 뒤 실질적인 부양책임을 맡았던 할아버지의 사망으로 형제들이 흩어지면서 25년 동안 가족과 헤어져 살아야 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 전개됐다.
박 씨는 오랜 세월 속에 부모 자매 조모 등의 가족의 이름뿐만 아니라 살았던 지명까지 모두 잊어버렸다면서 그러나 자신의 형제가 4명이었고, 조부모의 보호아래 성장하다가 조부가 사망하면서 나이 든 언니들이 각각 독립하고 자신은 셋째 언니와 함께 지내다 집을 나와 신명보육원에 있었던 사실만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박 씨의 기억을 쫓아 주밴쿠버총영사관·경찰청·대한사회복지회는 다각도로 가족 찾기에 나섰지만 박 씨가 처음 제시한 이름(김복희)으로 가족 찾기에 실패했다. 박 씨가 자신의 본명을 잘못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 박 씨가 자신의 본명이 박은성이며 경북예천초등학교를 다녔었다고 주밴쿠버총영사관에 다시 말함에 따라 또다시 가족 찾기가 이뤄졌고, 마침내 예천초등학교에서 박은숙 이라는 비슷한 이름의 학생 학적부를 찾아 박 씨의 언니뿐만 아니라 박씨의 본명을 정확히 찾을 수 있게됐다.
박 씨는 처음에 김복희 라는 이름을 쓴 이유에 대해 “7살 때 셋째언니와 함께 지내다 집을 나와 거리를 헤매다 경찰에 발각돼 사실대로 말하기가 두려워 이름을 김복희로 말한 것이 고아원 입양기관 여권 등에 자신의 이름이 김복희로 쓰여지게 됐다”고 말했다.
10살 때 캐나다 가정에 입양되어 왔다가 3년 만에 입양가정과 헤어져야 했다는 박 씨는 다행히 캐나다 크리스천 가정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지금은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정부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막연히 가족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주밴쿠버총영사관에 문의했다가 실제로 가족을 25년 만에 찾았을 때 그 순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만감이 교차했었다(Complete Feeling)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우 행복했었고, 모든 것을 얻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박 씨는 제주도에 살고 계시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오는 11월 8일 밴쿠버를 떠나 2주간 한국을 방문한다. 박 씨는 올해 아버지가 칠순을 맞이해 더욱 의미가 깊다면서 먼저 아버지를 만나면 꼭 안아주고 싶다면서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어떻게 성장했는지 말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안연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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