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밴쿠버에 피어나는 ‘한글사랑’

2007-10-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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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쿠버문협 ‘한글 지킴이’ 첨병

▶ “한글, 한인 정체성 찾는 뿌리…세대 이어주는 매개체”

세계 공용어 영어의 홍수 속에 한국의 법정공휴일에서 밀려나며 수모를 겪고 있는 한글날. 한글날인 10월 9일이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밴쿠버에서 올곧게 한글을 지키며 확대 보급하는 운동을 전개하는 단체들이 많아 모국에서 대접받지 못하는 한글이 영어문화권인 캐나다 밴쿠버에서 ‘한글사랑’으로 피어나고 있다. 1.5세와 2세들을 대상으로 한글을 교육하는 한국어 학교들. 그리고 본보가 매년 한글장려 보급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백일장 등이 있지만 이 가운데 창작활동을 통해 꾸준히 우리말의 의미를 되살리고 확대 재생산하며 보급하는 일에 진력하고 있는 ‘밴쿠버문인협회’(회장 장성순·이하 밴쿠버문협)는 밴쿠버에서 대표적 ‘한글 지킴이’이다.
밴쿠버문협은 지난 2000년 12월 14일 ‘카나다크리스챤문인협회’로 창립총회를 가진 후 2004년 2월 8일 ‘밴쿠버문인협회’로 명칭을 개칭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정회원(준회원 포함)은 55명. 회원은 밴쿠버문협 신춘문예에 당선하거나 한국 문단에 등단한 경우에 자격이 주어진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561년을 맞은 올해, 한글을 사랑하며 몸소 실천하는 밴쿠버문협 회원들이 지난 4일 이그제큐티브 호텔 커피숍에서 모여 그들만의 ‘한글사랑’ 얘기들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이날 만남에는 밴쿠버문협 회장 장성순 수필가를 비롯해 김난호 수필가, 앤 킴 수필가, 김석봉 시인, 이원배 수필가 등 5명이 참석했다.
이들의 한글사랑은 남달랐다. 세계공용어가 되어버린 영어의 홍수 속에 본국에서조차 맥을 못 추는 한글이 오히려 세계 속에 경쟁력이 있는 상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국어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는 뿌리이며 세대간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매개라고 했다. 또한 20∼30년 전 아스라이 기억으로만 남는 조국에서의 어릴 적 추억을 다시 들추어 되새김 질 하게 하는 것 역시 한글만의 자랑이라고 했다. 또 이들은 경제성으로 따져볼 때도 능숙한 한국어가 가능할 때 2세들의 장례성도 밝다고 덧붙였다.
“딸이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했는데 요즘 왜 어릴 적에 한국어를 하도록 채근하지 않았느냐고 투정한다.”(장성순 수필가), “30년 전 이민 왔을 때 한국어를 무시했고, 오히려 영어를 하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그러나 캐너디언들과 함께 일하면서 한국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러면서 한국어에 대한 애착이 들었다.”(앤 킴 수필가) “10여 년 전에 이민 와서 텔러스에서 9년 가까이 일했다. 이 것 역시 영어와 한국어를 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김석봉 시인)
국제어 영어의 무차별 공세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요즘, 밴쿠버문협은 ‘영어만이 이 시대의 최상의 언어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영어만이 생존의 길도, 번영의 길도, 국제경쟁력의 원천이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어도 그 만큼 경쟁력이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낸다.
아니나 다를까. 밴쿠버문협 관계자들이 한국의 경제력 상승에 힘입어 국제사회에서 한국어의 위상이 커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낼 즈음, 이그제큐티브 호텔 커피숍에서 일하는 여직원이 한마디한다. “자기에게 딸이 하나 있는데 한국어를 너무나 배우고 싶어한다”고.
밴쿠버문협 관계자들은 한글 비즈니스 간판이 즐비한 노스로드 거리를 무척 좋아한다. 이국 땅에서 한글 간판은 영어권에서 살아가는 1.5세, 2세들에게 한글을 일깨우는 살아있는 교재라는 것이다. 이들에게 또 하나의 바람이 있다. 비즈니스 업체에서 메뉴를 게재할 때 영어를 한국식으로 게재하면 좋겠다는 것. 칼국수를 코리언 누들(Korean Noodle)이라고 쓰지 말고 ‘칼 국 수’(CAL GUK SU)라고 말이다. 한글을 모르는 타민족이 메뉴를 통해 한글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민족 자긍심은 ‘한글사랑’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밴쿠버문협. 이들이 있기에 밴쿠버에서 한글은 낯설지 않다. 밴쿠버문협(www.cafe.daum.net/klsv)은 일반 대중들이 한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한 일환으로 오는 10월 27일(토) 오후 5시 한인연합교회에서 문학의 밤 행사를 갖는다. 난해한 창작품 발표회가 아닌 그야말로 한국어를 알리는 ‘열린 장’으로, 청중이 참여하는 문학의 밤으로 꾸며진다. /안연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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