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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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바꿔! 바꿔!

2007-09-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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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희(JHS 189 중학교 학부모 코디네이터)

한국인들은 맹모삼천지교가 무색하게 갓 이민 온 학부모들도 좋은 학교라면 낯선 동네도 마다 않는다. 남편의 직장이 멀거나 한국마켓이 멀어 샤핑이 불편한 등 어떤 악조건이라도 자녀가 좋은 학교에 다니길 원하는 마음 하나로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분들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교육열 덕분에 한국이 세계 11위의 교역국과 세계 4위의 달러보유국이 되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미국에서 좋은 학교를 찾아 이동하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을 아예 송두리째 변화시켜서 계란 노른자 같은 동네로, 그리고 우리가 사는 지역의
학교를 명문으로 만들 수도 있다.

우선 살고 있는 지역을 고향땅 같이 사랑하고 청소하는 것은 물론, 도난 사건이나 폭행 사건 등 범죄 행위를 목격 또는 경험했을 때 그냥 슬퍼하거나 묵과하지 않고 즉시 지역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공원이나 길에서 범죄를 목격하거나 청소년들의 비행을 봤다면 강 건너 남의 집 불구경하듯 말고 즉시 신고함으로써 경찰들로 하여금 보호받고 시정할 기회를 주는 것이 우리가 사는 지역을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는 일이다.
큰딸 사라가 중학교를 가야 할 때 ‘IS 25’와 ‘JHS 189’ 중학교 중 한 곳을 골라 보낼 기회가 있었다. 남편과 이에 대해 의논하게 되었는데 걸어서 몇 블록 안 되는 JHS 189 중학교는 위치는 좋지만 겉에서 보기에 공장 같기도 하여 외관상 별로 친근감이 가지 않았다. 학생들도
각국의 인종이 다양하게 분포를 이룬 학교였다. 아시아와 백인학생들로 구성된 PS 209 초등학교를 보냈던 나에게는 좀 망설여졌다.


반면, IS 25 중학교는 백인들도 많고 동네는 좋지만 멀어 아이가 버스를 갈아 타야해 고민이 됐다. 그런 와중에 뜻밖의 의견을 남편이 제시하였는데 아주 신선했다. 백인들만 많이 있는 학교에 보내는 것보다 각국에서 온 아시아인, 남미, 흑인 등과 아주 소수의 백인으로 구성되어 인
종의 전시장 같은 JHS 189 중학교를 보내자는 것이었다. 어려서부터 다른 인종들과의 접촉에 익숙해지면 인종간 벽을 느끼지 않게 되고 그러한 경험이 나중에 사회에 나가면 분명히 부드러운 인간관계 형성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대학에 가서도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폭넓은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으니 JHS 189 중학교로 보내자는 것이었다. 설득력이 있고 미래 지향적인 아이디어라 여겨 JHS 189 중학교에 보내기로 생각을 정했
다.

우선 입학하고 난 후 첫 번째 학부모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매달 있는 PTA 미팅에 꼭 참여하였고 그러다 보니 부회장으로 선출됐다. 일을 잘 배워 그 다음 해에는 회장으로써 학군 사무실에서 열리는 PTA 회장단 모임인 Presidents Council에도 참여하며 학부모 자격으로는 들을 수 없는 새로운 교육 정보와 주요 교육 인사와의 안면을 넓혀 갔다. PTA의 중요한 활동 중 하나인 학교 기금모금 행사에도 적극 참여했다. 학교에서 댄스파티가 열리면 음료수, 캔디, 과자를 도매로 사서 참가자들인 학생들에게 판매했다. 수익금을 학교에 기부, 예산 삭감으로 할 수 없었던 뮤지엄 프로그램들을 초청해서 학생들의 배움을 위한 비용으로 썼다.또한 가난해서 졸업식에 불참하는 학생들을 돕거나 갑자기 부모가 사망한 학생의 집에 소액의 위로금을 보냈다. 학생들이 과제물과 중요 사항을 적을 수 있는 수첩 등 우리 자녀들을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곳에 유용하게 사용했다.

5년 전 뉴욕시 교육청에서 처음으로 학부모 조정관이라는 생소한 직책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신문에 실렸다. 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이 학교에서 뉴욕시 교육청 산하 공무원으로 일하게 된 후 학교를 사랑하며 열정을 가지고 계속 입으로는 어디를 가나 JHS 189 중학교는 뉴욕에서 제일 좋은 학교라는 말을 하게 됐다. 맨 처음에는 지저분했던 복도에서 쓰레기를 주워가며 일하다보니 지금은 파리가 낙상할 것 같은 복도로 바뀌었고 학생들이 존경하는 단정한 복장으로 학교에 출근함으로써 모범이 돼 교직원 모두를 멋쟁이로 바꿨다. 올해는 교복까지 입은 아름다운 학생들의 눈동자와 태도까지 바뀌는 분위기다.

사랑은 사랑하는 상대를 존귀한 사람으로 만들며, 사랑하는 곳을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며,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은 이 세상 모두를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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