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치솟는 원화, 오히려 한인경제에는‘毒’

2007-09-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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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타운 유학·관광업체 등 비상

▶ 6개월전 보다 100원 이상 올라 경쟁력 상실

루니화가 급상승하면서 국내경제에 대한 자부심도 높아졌지만 그만큼 걱정이 늘어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상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회사나 한국에서 송금 받아 생활하는 유학생 가족들은 치솟는 캐나다 달러만큼이나 시름의 계곡도 깊어가고 있다.
한국시간 9월 21일 오후 3시 현재 캐나다 달러는 미 달러 (921원, 이하 외환은행 매매기준율) 보다 더 높은 루니당 924.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21일의 811.57원에 비해 무려 112.93원이나 오른 수치이다.
이처럼 높아진 환율로 인해 별다른 수입원 없이 한국에서 보내오는 돈으로 생활해야 하는 유학생 가족의 생활은 하루 하루가 고되기만 하다.
올 해 초 밴쿠버로 어학 연수 온 백해영씨(21.대학3년)는 이 달 초 친구 2명이 사는 아파트에 룸메이트로 들어갔다. 가뜩이나 아파트 렌트비가 올라 어려운 처지에 최근 환율까지 올라가자 백씨는 후회가 막 심이다. “처음 유학 올 때 그 동안 모았던 유학자금을 한꺼번에 전부 가져오면 다 써 버릴까봐 일부러 매달 송금 받는 방법을 택했는데 막상 환율이 계속 오르니 칫솔 하나 바꾸기도 겁난다”며 백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다 가져올 걸 그랬다”며 후회하고 있다.
업계 형편도 그리 좋지 않다. 비전유학원을 경영하는 김회자 원장은 “이미 캐나다에 입국한 학생들의 생활비 절약도 절약이지만 조만간 캐나다에 유학 오려는 학생들의 행선지가 바뀔 가능성도 크다”며“필리핀에서 어학연수를 할 경우 학비와 생활비를 포함해 월 100만원이면 충분해 여력이 충분치 않은 학생들의 대안으로 뜨고 있다”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조기유학 전문 업체인 로뎀나무 유학센터의 유병호 원장도 이번 루니화 급등으로 미국과 캐나다 학교 수업료간에 차이가 줄어든 데다 내년 미국 입국 무비자 까지 성사되면 한국 학부모의 전통적인 미국 선호 추세까지 겹쳐 캐나다로 조기유학 오려는 학생 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로얄관광의 관계자는“여행업의 경우 매년 초 한국의 여행사와 미화 기준으로 계약하기 때문에 캐나다 달러가 이렇게 오르면 미화를 다시 루니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예년의 경우 이맘때면 록키관광 상품에 유학생 부모님들의 비중이 높았는 데 지금은 한국에서 직접 오신 손님의 비율이 더 높다”며 유학생 자녀를 만나러 한국에서 온 기러기 아버지들도 “송금해야 할 돈은 정해져 있는 데 환율이 너무 안 좋아 어렵다“ “지출을 많이 줄여야겠다”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며 작년 대비 눈에 띄게 줄어든 매출을 염려 했다.
한편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캐나다 경제는 성장궤도에 올라가 있어 당분간 환율이 내려갈 조짐이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음 주로 다가온 한민족 최대 명절 한가위. 아끼고 절약해서 생활해야 하는 유학생 가족에게는 추석 대보름보다 환율로 인한 마음의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이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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