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바이저의 불법 행위
업주에도 법적책임 물려
마켓 업주에서부터 건설업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한인 고용주들은 별 생각없이 ‘선임’(lead person) 직원에게 ‘수퍼바이저’의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직장내에서 선임 직원이 수퍼바이저의 역할을 하게 될 경우 다른 직원에 대한 성희롱과 같은 이 선임 직원의 행위로 인해 업주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반대로 만약 이 선임 직원이 수퍼바이저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 경우는 업주가 성희롱 사실을 알았거나 알아야 할 상황에 있었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경우에만 업체측에 법적 책임이 있다.
하나의 가상의 사례로 이삿짐 업체인 ‘123 운송’ 김 사장의 예를 들어보자. 김 사장은 미스터 로페스를 선임 직원으로 해서 몇 명의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다. 선임 직원으로서 로페스는 회사 트럭에서 짐을 싣고 내리는 것을 지휘하며 직원들의 스케줄을 배치하고 오버타임 작업이 필요한 지 여부 등을 결정하고 있다. 로페스는 그러나 ‘수퍼바이저’라는 직함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로페스는 시간당 임금을 받고 일할 뿐이며 직원을 고용하거나 해고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이 업체의 여직원 미스 불세드는 로페스와 123 운송을 상대로 성희롱 소송을 제기하였다. 불세드는 로페스가 지속적으로 성적 농담을 했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음에도 계속 데이트를 하자고 졸랐다고 주장하였다. 미스 불세드는 로페스가 수퍼바이저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123 운송도 법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불세드는 로페스가 직원들의 운송 스케줄을 관리하고 직원들이 언제 점심시간을 가져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등 수퍼바이저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그가 수퍼바이저의 직함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서 회사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미스 불세드에게는 로페스가 수퍼바이저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선임’직원인 미스터 로페스가 ‘수퍼바이저’ 역할을 했다고 미스 불세드가 주장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만약 미스터 로페스가 수퍼바이저라고 인정된다면 123 운송은 로페스의 성희롱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이 있을 것이다. 만약 로페스가 수퍼바이저가 아닌 것으로 인정된다면 123 운송은 로페스의 성희롱 사실에 대해 알고 있었거나 알고 있어야 할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지하기 위한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경우에만 법적 책임이 있는 것이다.
미스터 로페스가 수퍼바이저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궁극적으로 법원이 결정할 일이다. 법원은 이를 위해 그의 직무와 다른 직원들에 대한 관리 권한, 그리고 다른 관련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살필 것이다. 김 사장과 123 운송의 입장에서는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려면 로페스가 단지 ‘선임’직원이라는 결정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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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