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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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배낭 여행자들의 삶

2007-09-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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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온더로드 On the Road
박준 저/ 넥서스

세계 배낭 여행자들의 메카라고 알려져 있는 방콕의 카오산 로드. 카오산 로드는 방콕의 중심지 프라나콘의 방람푸 지역에 있는 200m 길이의 짧은 도로 이름이다. 10년 전 우연한 기회로 카오산 로드에 간 저자는 다양한 국적의 수많은 여행자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어렵게 떠나온 자신에 비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일상처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자기 몸집보다 큰 배낭을 메고 성큼성큼 거리를 걷는 배낭여행자들의 긴 행렬은 여행에 대한 그의 열정을 솟구치게 만들었고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한 동안 카오산에 대한 열병을 앓았다. 그 거리 어느 카페에 앉아 길 위의 여행자들을 보고 있으면 ‘도대체 이들은 다 어디에서 왔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곤 했다는 그는, 카메라를 들고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이 책은 2005년 EBS ‘열린 다큐멘터리’에서 방영되어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던, 장기배낭 여행자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짧게는 수개월에서 1, 2년이란 긴 시간 동안 여행을 하고 있긴 하지만 ‘On the Road’ 속 주인공들은 결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돈이 많거나 영어를 잘 하거나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또는 억세게 운이 좋아 세계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아니다. 특별한 구석이라곤 없는 내 친구, 내 부모, 내 이웃에 다름 아니다.
단지 그들이 남들과 좀 달랐던 건 ‘돌아와서 무엇을 할까’라는 근심 대신 자기 자신을 믿고 배낭을 쌌다는 것과 후회 없이 그 선택을 즐기고 있다는 것뿐이다. 떠난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그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문득 “나도 떠나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히게 된다. 여행을 꿈꾸게 된다. 그건 아마도 그들이 벗어 놓고 떠난 일상이 우리의 일상과 비슷하며 그들이 여행 중 찾은 삶의 행복이 곧 일상에 지친 우리가 간절히 원하던 행복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형열 (알라딘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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