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기는 주택 경기, 리모델링도 ‘뚝’
2007-09-06 (목)
“집값도 안 오르는데 투자 가치 없다”
뜨겁던 홈 리모델링 거의 제자리걸음
꼭 손봐야 할 경우라면 지금이 기회
업자들 일감 없어 가격 좋고 수월
주택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집값이 뜨겁게 오르던 시절 경쟁적으로 이뤄졌던 홈 리모델링도 뚝 떨어졌다. 주택 붐이 최고조를 이뤘던 마지막 3년 동안 주택 증개축은 매해 두자리 숫자의 급성장을 구가했으나 주택 경기가 싸늘하게 식은 지금은 보잘 것 없는 수준으로 성장률이 하락했다. 하버드 대학 주택 연구 센터에 의하면 전국 홈 오너들의 주택 개수를 위한 지출은 현재 3% 성장에 그치고 있으며 이런 미미한 성장률은 내년 1분기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홈 리모델링 열기가 이처럼 급랭한 이유는 주택 판매와 가격 상승이 중단됐기 때문. 주택 가격이 급등할 때는 집에 돈을 들여 업그레이드시킴으로써 주택가 상승에 동승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만한 이유가 없다. 주택 가격 상승은 없는데 증개축에 돈을 써본들 이익이 없다.
또 하나, 리노베이션을 해서 얻는 수익도 감소했다. 지난 2005년과 06년의 경우 리노베이션을 하면 투입한 비용의 평균 90%는 주택 가치 상승으로 건졌지만 지금은 리모델링을 해봐야 들인 비용의 75~80%를 뽑는 수준이어서 안하는 편이 낫다.
홈오너들이 재융자를 많이 하지 않는 것도 이유. 모기지 이자율이 그 사이 많이 올라갔고 주택 가격은 많은 지역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재융자를 하는 경우가 크게 줄었다. 여건이 지금과는 정반대였던 주택 붐 시절에는 수많은 홈 오너들이 홈 에퀴티에서 돈을 끌어다 주택 업그레이드에 쏟아 부었었다.
리모델링이 크게 줄어든 지금은 홈 오너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집을 증개축해서 더 비싼 값에 팔겠다는 투기적 목적이 아니라 집에 꼭 손봐야 할 곳이 있다면 예전보다 적은 비용으로 고치기 좋은 때다.
일감을 찾는 업자도 많고 자재 값도 떨어진 경우가 많아 집수리나 리모델링이 전보다 수월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
주택 경기 하락으로 신규 주택 건설이 급감했기 때문에 지금 건설업계에는 일감을 찾는 업자들이 크게 증가했다. 새 집을 짓던 작은 업체들은 전부 리모델링 업체가 돼 버렸다. 신축 현장에서 넘어온 컨트랙터들과 섭컨트랙터들이 넘쳐나는 상태로, 일감을 따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가격을 후려치는 실정이다.
플로리다 웨스트팜 비치의 경우 주택 신축이 급감하자 섭컨트랙터들은 과잉공급 상태로 넘쳐나고 있다.
이 지역의 한 컨트랙터는 “필사적으로 일감을 문의해 오는 플러머와 캐비닛 설치업자, 타일 하청업체들이 즐비하다”고 전했다.
이런 판에 무면허 업자들이 가격을 후려치는 바람에 일감 수주와 정상적인 이익을 취하기가 더 어렵게 됐다.
샤핑을 까다롭게 하는 홈오너들도 많아졌다고 한 업주는 볼멘소리다. 더 좋은 가격을 받기 위해 여기 저기 샤핑을 하는 통에 이익을 남기기가 아주 어렵게 됐다는 것.
단열재나 회벽 등 일부 자재의 경우 가격도 과거보다 많이 내렸다. 회벽은 일 년 전에 비해 18%나 떨어졌다. 하지만 계속 가격이 오르고 있는 자재도 많다. 지붕에 쓰는 싱글 등 석유 관련 자재가 그렇고 고급 자재 값도 계속 오름세다. 체리와 월넛 등 고급 목재를 사용하는 한 디자인 업체 대표는 수지타산을 맞출 수가 없다고 하소연이다.
건자재 가격은 1월 이후 평균 2~3% 올랐는데 지난해 4%~8% 올랐던데 비하면 오름세가 좀 꺾였다. 건자재 부족 현상도 줄어들었다. 지금은 대부분의 자재를 구할 수 있고 오히려 일부 자재는 공급 과잉 상태다.
자재 값을 줄이기 위해서는 회원제 구매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 주택 자재를 도매가격으로 판매하는 회원제 업체인 다이렉트바이(DirectBuy)에서 쿡 탑과 다운드래프트 후드, 그래닛 카운터탑을 구입한 한 소비자는 회원가입비가 적지 않았지만 카운터탑 하나만 해도 가입비는 뽑았다며 리모델링 작업이 큰 경우는 크게 절약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카운터탑의 경우 수년 전에 비하면 아주 싼 값으로 구입할 수 있다. 공급업체가 크게 늘어나면서 가격이 떨어졌으며 특히 스탠다드 컬러나 과잉 재고 품목인 경우 더 싼 값에 살 수 있다.
<케빈 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