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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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2007-09-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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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에 여름방학 휴가로 한인 관광회사를 이용해 딸아이 제시카와 캐나다 로키산맥 관광을 다녀왔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로키산맥 산길을 여행하며 하나같이 직선으로 곧게 자란 푸른 나무들을 맘껏 즐겼다.
산을 따라 빠른 속도로 흘러내리는 강줄기와 수없이 많은 맑고 깨끗한 호수들은 자연의 웅장함 그 자체였다. 아름다운 밴프시, ‘돌아오지 않는 강’ 영화 촬영을 했다는 보우강에서의 한 시간가량의 리프팅을 통해 그림같이 평화롭고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었다.
콜롬비아 아이스 빙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하얀 눈과 에메랄드빛의 호수 물, 하늘과 맞닿은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파란 하늘과 아름다운 레이크 루이스의 얼음물처럼 찬 호수 물에 두발을 담그고 있으니 그 순간만은 세상의 누구도 부럽지 않은 신선놀음과 같이 느껴졌다.
난 매년 여름이면 휴가여행을 떠난다. LA를 떠난다는 자체부터 설렌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재확인하고 다른 나라, 다른 고장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을 제3자로 잠시 살펴보며 나의 인생과 상황을 조금 멀리 떨어져서볼 수 있는 기회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여행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한인 관광여행사를 통해서 지난 8년간 서부유럽, 동부유럽, 멕시코 칸쿤, 일본, 알래스카, 캐나다, 남아메리카 등지를 여행할 수 있었는데 각 나라마다, 대도시들마다 한인 현지 여행가이드가 나와서 각 지역의 역사, 문화, 자연, 유적지들을 설명해 주었다.
특히 서부 유럽이나 동부 유럽에서는 한국 유학생들이 아르바이트로 관광 가이드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인 관광사를 통해서 하는 여행의 독특한 경험은 현지 가이드를 통해 세계 곳곳에 나가 있는 한인 동포들의 소식과 그들의 성공담이나 고생스러운 타향살이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한인 식당이 있는 도시에서는 어김없이 한국 식당에 들러 한식을 먹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한식이 꼭 여행경비 절약에 보탬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물가와 환율의 차이, 또 현지에서 음식 재료를 구하기 힘든 정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그래도 노인, 특히 한국 관광객들이 유난히 여행중에 한국음식을 원해 관광코스에 한식을 가능한 포함한다고 했다.
서부유럽 관광 때에는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로마의 한국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고 동부유럽 관광 시에는 독일 베를린뿐만 아니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상상도 하지 못했던 즉석 불고기와 상추쌈 그리고 나물 김치가 곁들여진 한정식을 먹을 수 있었던 것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2005~2006년도 한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헝가리 전체에 70명의 재외동포와 511명의 체류자, 즉 총 581명의 해외동포가 살고 있다고 조사되어 있는데 아직도 그 곳에 한인 식당이 남아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
여행했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식식사는 브라질 3대 미항인 리오에서 만난 현지 가이드 부부와의 식사였다. 한국에서 갓 이민 와 비즈니스에서 사기를 당해 가이드를 하고 있던 그분이 6명의 우리 일행을 집으로 초대해서 부인이 준비한 한식을 대접했었다. 고생하는 그분들을 격려하기 위해 부인이 파는 장미기름을 사기도 했던 우리는 “지금은 고생스럽더라도 부디 남아메리카 드림을 이루세요”라고 기원하며 그 집을 떠났던 기억이 난다.
물론 이번 캐나다 로키 관광에서도 한식을 실컷 먹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오는 관광객과 재미한인 관광객들이 각 나라의 현지 한인 여행사를 통해 여행하면서 유학생 가이드의 안내를 받고 현지 한인식당에서 한두 번씩 식사를 한다면 재외 동포의 비즈니스에 조금이나마 경제적 도움이 되어 무척 긍정적인 상부상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케이송 / USC부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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