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주선에 탄 인간의 모습

2007-09-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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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개미, 뇌, 나무 등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를 굳힌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파피용’. 파피용이라는 제목은 얼핏 스티브 맥퀸과 더스틴 호프만이 나오는 탈옥에 관한 얘기를 연상시키지만 이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판 노아의 방주라고 하는 것이 더 잘 어울린다고 하겠다.
’마지막 희망은 탈출이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이 고통으로 가득찬 지구에서부터 인류를 탈출 시키기 위해 14만 4,000명의 지구인을 태우고 거대한 우주선을 만들어 탈출하여 혹성에 다다른다는 내용이 우주공상과학 소설답게 황당하게 전개된다. 하지만 황당하고 대담한 상상력이 황당하지만은 않은 지점, 바로 거기에 작가의 문제의식이 존재한다.
이 고통스러운 삶에서의 탈출을 위한 유토피아를 찾아나선 우주여행...그들에게는 유토피아가 있는 것일까? 토마스 모어의 저서에서 비롯된 말인 유토피아는 역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곳을 일컫는 모순된 용어이다. 모든 것으로부터의 구원, 안식, 평정, 정심 등등 실상 파피용이라는 우주선에 몸을 실은 그들은 유토피아라는 단어 그 하나에 몸을 싣고 천년이 걸리는 행성을 위해 우주 여행을 떠난다.
파피용을 읽으면서 주목할 점은 14만 4,000명이 거대한 우주선에 승선하면서 우주선 안이라는 폐쇄적인 환경하에서 사람들이 어떠한 행동양식을 보여주는가에 대한 것이다. 첫번째 범죄, 첫번째 재판, 첫번째 감옥 등등 지구라는 공간에서 일찍이 많았던 일련의 이벤트들을 다시 파피용이라는 우주선에서 재현을 하는 그의 기술법은 탁월하고 새로운 행성에 마지막 인류가 도달했을 때에 벌어질 수 있는 행동 심리등에 대해서도 그의 뛰어난 문학적 상상력이 독자들의 흥미를 잘 유발시키고 있다.

이형열(알라딘 서점 대표)
www.aladd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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