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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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건강 - 풍토병

2007-08-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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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토병이라는 말은 특정 지역에만 발병하는 것을 말하는데 말라리아나 황열(yellow fever)은 모기에 의해서 옮기므로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같은 더운 지역에서 흔하고 피부병에서 시작해서 심한 신경계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는 라임 질환(Lime disease)은 진드기에 의해서 병이 퍼지는데 동북부의 매서추세츠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 곰팡이에 의해서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는 콕시디오이데스증(coccidioidomycosis)은 중가주나 애리조나, 텍사스와 멕시코 일부지역 같이 건조한 지역에서 볼 수 있다.
정모씨는 30대 후반의 가정주부다. 정씨는 한달 전부터 마른기침과 심한 피로감을 느꼈다. 처음에는 감기 몸살인 줄 알고 약국에서 기침약을 사 먹었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고 2주 전부터는 숨이 차오기 시작하고 발열이 있어서 인근 병원을 방문했다. 폐렴 진단을 받고 일주일간의 경구용 항생제 처방을 받은 정씨는 항생제를 다 복용했지만 증상의 호전은 전혀 없었고 피로감과 기침은 점점 더 심해졌다. 다시 병원을 찾은 정씨는 폐 사진은 찍었는데 좌측 하엽에 심한 폐렴이 있었다. 정밀검사를 위해서 흉부 CT 촬영을 했는데 좌측 하염에 폐렴과 늑막에 물이 차 있는 것이 보였다.
정씨는 과거에 별다른 질병이 없었고 담배나 술은 전혀 마시지 않았다. 또 최근에 폐결핵 환자와의 접촉도 전혀 없었다. 정씨는 약 2개월여 전에 라스베가스를 거쳐서 애리조나를 남편과 여행한 적이 있었고 현재 남편과 함께 리버사이드에 살고 있다.
검진상 혈압은 정상, 맥박은 분당 100회 정도로 빨랐고 호흡수는 분당 18회, 혈중 산소 농도는 94%로 낮았다. 체온은 화씨 100.0도로 미열이 있었고 체중은 110파운드로 1개월 전에 비해서 15파운드 이상 줄었다.
정씨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매우 창백하고 피곤에 보였다. 손톱이 곤봉모양(clubbing-만성 폐질환 환자에서 나타나는 소견)으로 변해 있었으며 폐음이 매우 감소해 있었고 좌측 폐 하엽에 천명이 심했다.
확실한 진단을 위해서 혈액 검사와 기관지 내시경을 실시했는데 결과는 곰팡이의 일종인 콕시디오이데스증으로 판명이 났고 장기간의 항진균제 치료를 시작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콕시디오이데스증은 미국 내에서 1년에 1만5,000명 이상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감염된 모든 사람이 치료를 요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에서 위와 같은 증상을 나타내고 치료를 필요로 한다. 초기에는 감기몸살이나 천식과 유사하고 폐 사진이 폐암이나 폐결핵 등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증상이 오래 지속될 때는 전문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영직 / 내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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