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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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법 상식-안전한 근무 환경 제공

2007-08-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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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주의 의무

가주에 있는 한인 업체나 회사들이 미국의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국적인 방식으로 경영을 하다가 법적 문제에 부딪히는 것을 종종 본다.
가상의 한인 은행인 ‘버디은행’의 신입사원인 미스터 방의 경우를 가상의 사례로 들어보자. 다른 한인 기업들에서 행해지는 관행과 마찬가지로 버디은행의 직원들도 사기 진작과 단합을 위해 근무가 끝난 후 술집이나 노래방에서 열리는 회식에 참석할 것을 권고 받곤 했다. 하루는 회식에서 수퍼바이저인 김 부장이 소주를 너무 많이 마신 나머지 직원들에게 잔을 돌리며 술을 마실 것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미스터 방은 가끔 한 두 잔의 술을 하긴 하지만 과거에 음주운전 경력이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았다. 술에 취한 김 부장은 이같은 미스터 방의 태도가 잘난 체 하는 것이라고 여기고 건방지다고 소리를 지르며 “죽여버리겠다”고 말을 했다. 같이 있던 다른 직원들이 문제를 만들지 말라며 미스터 방에게 그냥 술을 마시라고 했지만 미스터 방은 완강히 거부한 채 김 부장의 폭력적 위협에도 불구하고 술 마시기를 계속 거부했다.
다음날 미스터 방은 은행의 인사 담당 책임자인 오 부장에게 전날 밤 김 부장의 행동에 대한 불만제기를 했다. 그러자 오 부장은 미스터 방에게 김 부장이 단지 술에 취해 그랬을 뿐이며 “죽이겠다”고 말한 것도 “한국 사람들이 흔히 별 뜻 없이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라고 말했다. 그 날 오후 자기 사무실로 돌아온 미스터 방은 김 부장과 마주쳤는데 김 부장은 미스터 방이 어젯밤의 일을 인사 담당자에게 보고한 것을 알고 매우 화가 나 있었다. 김 부장은 미스터 방에게 “건방지게 군다”며 다시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미스터 방은 어디 다른 곳에 호소할 데가 없자 김 부장의 위협에 대해 은행 행장에게 알리고 경찰에 신고했다. 미스터 방이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을 알게 된 행장은 그가 ‘팀원’으로서의 자격이 부족하고 전혀 한국식 기업 문화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즉각 그를 해고했다.
직장에서 폭력적 위협 및 공격과 같은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과도 부합한다. 더욱이 가주는 미스터 방과 같은 피고용인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근무 환경에 대해 합당한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하지 않도록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이의 제기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미스터 방의 케이스와 관련 버디은행은 ‘공공정책에 반하는 불법 해고’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 이러한 소송에서 한인들의 경우 “죽이겠다”는 말을 아무런 뜻 없이 자주 사용한다는 것을 한인이 아닌 배심원들에게 설득시키려고 할 것을 생각해보라.
버디은행과 같은 한인 기업은 한국식 문화가 미국식 문화와 충돌할 때 비용 출혈이 큰 불법해고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13)388-9891
jong.lee@consciouslawyers.com
이종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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