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프린스톤 한인모녀 사망 유족 인터뷰

2007-08-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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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사랑하며 살았는데…”

▶ 비자 만료 후에도 거주 희망

<프린스톤>“지난 두 달 전 가족여행을 다녀온 펜틱톤의 자연환경을 그렇게 좋아하더니 끝내 그곳으로 갔습니다.”
지난달 28일 새벽 1시경 화재사고로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잃은 배기승 씨(46세)는 “모처럼 가족여행을 갔던 펜틱톤에서 아내와 함께 나중에 이 곳에 와서 살자고 약속했었는데 펙틴톤이 장지가 될 줄이야”라며 북받쳐 오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며 이렇게 말했다.
“미안하고, 안타깝고…. 잠들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런 감정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동안 남들보다 몇 배나 서로 사랑하고 살아왔는데…. 이런 상황이 그저 연습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배 씨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다 빚보증을 잘못해 사업채와 재산을 거의 잃은 뒤 몇 푼 안 되는 돈을 갖고 이곳까지 왔고, 뜻하지 않는 화재로 인해 가족 절반을 잃고, 그나마 모든 가재도구까지 잃게되어 이제 고향으로 돌아갈 면목조차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가진 재산을 모두 잃은 뒤 오 갈데 없는 저에게 형제들은 함께 살자고 했지만, 누를 끼칠 수 없어 머나먼 캐나다까지 그것도 이런 오지까지 와서 새 삶을 일궈보려 했는데 지금은 너무나 비통하고 슬프고 일가친척에게 면목이 없습니다.”
취업비자를 얻어 한인 식당에서 일해 왔다는 배 씨는 화재가 발생한 뒤 커뮤니티 난민자격으로 임시 거처를 3일 동안 제공받은 뒤, 지금은 한인이 운영하는 모텔에서 한인 사장의 배려로 숙식을 무료로 제공받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배 씨는 아들과 함께 매일아침마다 지역 커뮤니티와 교회 성도들이 주고 있는 사랑 때문이라도 우리가 지금의 슬픔을 빨리 극복해서 엄마와 누나의 삶까지 더 열심히 살자고 다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 씨는 앞으로 남아있는 1년 6개월의 취업비자 기간이 지나더라도 이곳 캐나다에서 머물 수 있도록 영주권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아들 현명 군도 “엄마와 누나를 잃어 지금은 슬프지만 반드시 캐나다에서 꿈을 이룬 뒤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배 씨가 일하는 한인식당 김 사장은 “올해 1월부터 배 씨와 함께 일을 했다”면서 “한 가지 일을 해도 서로 상의하는 화목한 가정이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배 씨의 부인이 사고 전 날 일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내일 손이 필요하면 전화 주세요”라고 말하고 갔는데 그게 마지막 인사가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현재 프린스톤 지역에서는 폴 세인트 연합교회가 중심이 되어 배 씨 가족 후원을 위한 모금운동을 전개하고 있고, 배 씨 가족의 딱한 사정을 보도를 통해 알게 된 밴쿠버노인회(회장 김영철)에서도 ‘배 씨 가족 돕기’ 구좌(번호:206474 구좌명:Helping Bae Family)를 밴쿠버한인신용조합에 개설, 한인들의 십시일반 도움을 바라고 있다. <관련기사:2면> /안연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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