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크로-에스크로 없는 거래
2007-08-02 (목)
얼마 전, 평소 점잖고 매사에 빈틈없는 손님 P씨가 몹시 상기된 모습으로 사무실을 급히 찾아 왔다.
사정인 즉, 가까운 교회 분의 소개로 꼼꼼히 살펴본 후에 한 가게를 샀는데 이 일이 잘못돼 엄청난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는 하소연이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전 주인은 부동산 중개인을 개입시키지 않으면, 그 만큼 바이어는 가게를 싸게 살 수 있고, 또 에스크로를 거치지 않으면 시간과 비용 그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흔쾌히 승낙하고, 친절한 셀러의 도움으로 손쉽게 비즈니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판매세를 내는 어카운트나 장비 회사와의 연결은 물론이고 시청의 퍼밋까지 오랜 경험을 되살려 능숙하게 도와준 셀러는 미국 생활의 은인처럼 느껴졌었다고 했다.
아울러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되어서 은혜를 꼭 갚으리라고 생각까지 했었노라고 한다. 셀러는 매매의 한 이유이기도 했던 급한 일 때문에 인계후 곧바로 한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가게를 시작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물건을 대주던 빚쟁이(Creditor)들의 빚 독촉(Claim)으로 매일 시달려야 했고, 주 조세형평국에서 감사를 하겠다는 통보가 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우연히 들른 한 사람으로부터 자신이 그 가게를 담보로 사채를 주었다는 청천병력 같은 말도 전해 들었다.
주인이 바뀌었다는 말에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화가 나서 당장이라도 비즈니스를 못하게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 일로 인해 P씨는 물론 가족들의 상심은 이루 말이 아니게 되었다. 결국 가게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게 되었고 CPA로부터는 내년도 세금에 대한 걱정과 함께 증빙 서류 미비로 세금 문제가 앞을 더욱 캄캄하게 했다.
사람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도 컸지만, 무었보다도 그 동안 온 가족이 피땀흘려 모은 전재산을 고스란히 잃었다는 허탈감에 급히 찾아 오신 것이다.
이 경우, 시간과 자금을 절약하자는 동기는 참으로 단순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결과는 실로 엄청나다고 하겠다. 이 매매에는 브로커도 에스크로도 배제돼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게 되었다.
우선 브로커가 없이 그 만큼 가격을 깎아 주겠다는 제의에 거의 모든 바이어들은 흔들린다. 실제 미국 시장에서 대부분 모든 주택과 사업체 매매는 MLS나 인터넷라인을 통해 마켓에 내놓고 경쟁 판매를 하기도 한다.
셀러에게는 그 만큼 큰 시장에 알리고 바이어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됨으로 보다 이상적인 매매가 이루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흥정에는 중개인이 더 없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 업무 속에서 경험해 보아도 셀러와 바이어가 직접 거래를 할 때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거나, 간단하고 맵시 있게 일이 처리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우리의 문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에 대한 이용에 좀체 익숙치 못하고 또한 인색하다. 적절한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전문적인 문서작성과 책임에 대해 주류 사회의 사람들처럼 세련되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P씨의 경우, 에스크로를 통해서 정상적인 절차만 밟았더라면, 귀중한 재산을 날리지 않았을 것이다.
부동산 매매시, 현금 거래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은행 혹은 렌더들은 반드시 에스크로를 통할 것을 요구하지만, 융자가 개입되지 않은 사업체 매매시 에스크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문제는 늘 이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다.
한 푼을 아끼자는 셀러의 제안에 흔들리지 않는 바이어는 거의 없다. 더구나 당장 사업체를 인수할 수 있고 복잡한 절차가 없기에 지극히 간단할 것이라는 너무도 이상적인 제안이 유혹적이지만 자칫 이브의 사과가 될 수 있다.
지난 해 사촌 언니의 사업체 매입때,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 에스크로에 가야 한다는 셀러의 고집으로 안타까워하는 언니에게 그래도 정상적인 절차대로 에스크로를 할 것을 권고하였다. 에스크로는 믿을 수 있고 중립을 지키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jae@primaescrow.com
(213)365-8081
제이 권
<프리마 에스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