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흥미롭고 유쾌한 건축론

2007-07-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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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지음

한국에 ‘보통 매니아’라는 말이 있다. 스위스 출신 작가 ‘알랭 드 보통’의 매니아를 일컫는 말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여행의 기술>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을 지은 알랭 드 보통은 주로 사랑, 문학, 여행, 철학 등에 관한 에세이를 통해 특유의 명민하면서도 유쾌한 글쓰기를 해왔다.
그의 글에 열광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2002년 이후에는 이미 번역된 그의 소설들이 다른 출판사에서〈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우리는 사랑일까〉로 다시 출간됐고, 그의 소설 3부작 가운데 나머지 하나인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도 번역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그의 에세이들도 남김없이 출간됐는데, 이제는 독자들이 그의 새 책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 됐다.
신간 <행복의 건축〉도 지난해 영국에서 출간된 최신작을 곧바로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2005년 〈불안〉 출간 이후 신작이 2년 동안 나오지 않은 상태였는데 기다리던 독자들이 많아서 그런지 한국에서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행복의 건축>을 통해 드 보통은 우리 삶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공간, 그 공간을 기능적이면서도 아름답게 구축해내는 건축, ‘실용적인 동시에 예술적인’ 특성을 지닌 건축의 독특한 영역에 대한 위치 파악을 시도한다. 그리고 이는 ‘건축이 어떻게 인간의 행복을 증진 시키는가’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이 책은 전문적인 건축사 책이나 이론서가 아닌, 해박한 미술사 지식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인간이 건축에서 얻는 행복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건축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건물들에 얽힌 이야기부터 건축의 주요 미덕들 즉 질서, 균형, 우아, 일치, 자기인식에 이르기까지 건축의 이론과 실제를 부담 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다.
드 보통의 작품은 인간에 대한 통찰이 위트와 잘 섞여 있다. 문장은 윤택하고 담백하다. 그의 작품은 ‘고급 에세이’에 목말라 하는 독자층이 꽤나 두터움을 방증한다. 드 보통이 이야기하면 건축론도 흥미롭고 유쾌한 지적 유희가 된다.


이형열/ 알라딘 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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