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이라고 했던가. 매일 오픈 되는 일상적인 에스크로마다 공통적으로 생기는 해프닝중 하나가 셀러와 바이어의 소위 ‘기싸움’이다.
여기까지 오도록 그렇게 소쩍새는 울었건만 에스크로 첫 페이지에 들어가는 클로징 날짜에 다시 고비를 맞는다.
계약서에 서명한날부터 날짜를 계산하고 싶은 셀러와 배우자가 하루 늦게 서명했으니 다음날 부터 넉넉히 잡고 싶은 바이어가 늘 팽팽하다. 마지막 카운터 오퍼에 서명이 된 날짜로부터 대개 계약 기간을 카운트하게 되는데 만약 클로징 날짜가 휴일이나 주말일 경우 바로 가까운 평일로 정해진다.
대부분 정해진 날짜, 당일 혹은 그 전 이라는 문구가 클로징 날짜 앞에 단서로 붙기에 상식적인 범주 내에서 서로 양해가 되는 날짜에 미리 클로징하는 것은 무난하기도 하지만 만일 날짜를 넘겨 지연이 되는 경우 상대방으로부터 ‘계약 위반’의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만일 셀러가 클로징 날짜에 맞추어 다음 사업체의 매매 날짜를 맞췄다거나, 혹 부동산의 경우 이사갈 집의 클로징도 연계되어 있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도미노 현상으로 모두 타격을 입거나 파기될 수 있기 때문에 클로징 날짜의 조율은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예민한 사안이다.
동시발생 클로징(Concurrent Closing)이라고 하여 셀러가 이사갈 집의 매매에 걸려있는 셀러는 또 다른 집의 바이어가 되고 그 집의 셀러는 또 다른 집 에스크로의 바이어가 된다.
이렇게 연결된 고리가 그 중 한 에스크로의 흔들림으로 모두 큰 타격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영리한 바이어는 자신의 오퍼에 팔고 오는 집의 에스크로를 ‘조건부’(Contingency)로 걸기도 한다. 요즘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지만 셀러가 오퍼를 골라잡는 시장이라면 선택되기란 요원한 일이다.
며칠 정도의 차질을 빚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상대방의 양해를 구하여 서류로 동의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구두로 이해가 되었다고 하여도 막상 현실적으로 이것저것 불이익이라고 생각되면 사정은 달라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때로는 법적 공방으로도 이어져 머리가 아플 때가 많다.
부동산 매매의 경우에는 바이어의 융자가 가장 큰 변수이고 사업체 매매에서는 신문의 공고일과 리스 그리고 은행 융자가 관건이다. 무조건 자신의 이익에 맞추어 빨리 혹은 늦게 클로징 날짜를 조절할 수는 없다. 에스크로가 오픈 되는 시기에는 기다리는 셀러의 마음이나 준비하는 바이어나 모두에게 에스크로의 기간은 길고 여유 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부동산의 경우에는 상황에 따른 차이가 크기는 하나, 융자가 없는 경우에는 빠르면 열흘에서 2주, 융자가 동반되는 경우에는 대략 30일에서 45일 혹은 60일, 만일 셀러나 바이어의 사정으로 여유가 필요하여 90일이나 그 이상의 기간을 계약할 수도 있다.
사업체는 주류 라이선스의 유무에 따라 차이가 있어서 일반 소매업이나 사업체는 법정 공고 기간인 3주를 거치면 되지만 주류 라이선스에는 30일이라는 청문회 공고 기간을 반드시 거처야 하므로 차이가 있다.
에스크로 오픈시 절차와 클로징에 필요한 항목들을 오피서가 설명을 하고 진행 중에도 재차 에이전트나 에스크로 오피서를 통해 체크가 되지만 미리 준비와 확인이 요구되는 사항들이 몇 가지 있다.
융자에 필요한 은행 잔고 증명, 크레딧 정정, 보험의 샤핑, 타이틀에 등기될 명의의 종류 확인, 사업체 상호 등록, 회계사 선정 등 사전에 미리 준비함으로 금전적, 시간적 낭비와 시행 착오를 방지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융자 서류에 서명을 하면서 오피서에게 재산 명의 종류를 상담하기도 하고 보험 회사를 소개해 달라고 하기도 한다.
한인들과 연관된 거의 대부분의 비즈니스들은 우리의 ‘급한 초고속 문화’에 익숙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값은 고스란히 손님의 몫이 될 수도 있다.
부르는 게 값이라고 탓할 것이 아니라 미리 꼼꼼하게 내용을 점검하는 여유와 현명함이 필요하다. 필자도 공공 기관이나 타인종의 모든 급행 서비스에는 그에 응하는 별도의 수수료를 두말없이 내면서도 우리 한인들끼리는 당연한 서비스를 기대하는 나쁜 버릇이 있다. 반성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존중하지 못하고 질을 낮추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성질 급한 우리 손님들은 몇 달을 기다려온 융자서류의 사인을 도착 후 2시간도 기다리지 못하고, 필요한 서류도 사무실에서 기다렸다 받아 가지만, 막상 꼭 필요한 보험 같은 서류들은 늘 준비가 안 되어 있다. 그리고 급하게 준비해준 보험 에이전트의 작은 실수를 용납 못한다. 우리네와 친한 타인종 친구들이 제일 먼저 배우는 말은 역시 빨리 빨리인 것이다.

제이권<프로마 에스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