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특수교육 알아보기-뭔 말인지 알지?

2007-07-16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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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하신 말씀이 요즘 가장 유행하는 말인지 아세요?”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지금 한 “그” 말이라고 지적을 한다. 그냥 알아들은 척을 하고 슬쩍 넘어가야 하나 그 말이 뭔지 확실히 묻고 지나가야 하나? 잠시 망설이다 그 말이 뭘까 궁금해 짚고 넘어가려고 되물었다.
답인 즉, “뭔 말인지 알지?”란다. 서울에서 온 조카에게 이런 저런 설명을 하던 중에 나도 모르게 쓴 말이 아마 요즘 서울에서 가장 유행하는 말이란다. 그래서 옆에서 듣던 분이 교수가 그런 최신 유행어를 어떻게 아느냐며 신기한 듯 물은 것이다.
“뭔 말인지 알지?” 우리는 대화 중에 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상대방이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또 한다. 듣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거나 말하는 사람의 설명을 올바르지 못한 경우도 있을 테지만 무엇보다도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경험과 사고방식과 기대감이 달라 언어에 담아 옮기는 내용은 100% 정확하게 전해질 수가 없다. 그것은 부모와 자녀간의 대화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부모는 살아온 경험에서 나온 진수를 전달해주어 조금이라도 편한 지름길로 자녀를 인도하고 싶어 말을 하지만 경험을 해보지 않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자녀는 “뭔 말인지 알지?” “응, 알아”로 수십번씩 확인을 해도 자녀의 행동을 보면 전혀 전달이 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난 셋째오빠와 참 가깝다. 그냥 아무 일이 없이 서로 전화를 해 격려하기도 하고 아침 문안인사도 하고 잘 자라는 인사를 하기도 한다. 올케가 부러워할 정도로 오빠와 나의 관계는 “오빠는 결혼하면 남”이란 속담처럼 떠돌아다니는 세상 말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다.
오빠에게는 딸 둘과 막내로 아들이 하나 있다. 오빠와의 잦은 대화에서 자식을 잘 가르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부모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두 여자 조카도 우리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지내고 갔고 남자 조카도 이번에 두번째 왔다. 오빠는 평소 자녀들과의 대화가 너무 힘들다고 한다.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만 하려고 들고 아빠와 엄마를 도와주기는커녕 대화 중에 오히려 아빠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드는 것을 보며 어느 때는 삶의 회의도 느끼고 사는 것이 힘겹다고도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미국을 왔다간 후에는 아빠를 이해하고 아이들 측에서 먼저 아빠와 대화를 하자고 시작하는 이변이 생긴 것이다. 특히 엄마 아빠가 아무리 하라고 해도 안하는 일을 고모와의 전화 한 통화면 만사형통이 되는 것이 너무도 이상하다고 생각한 끝에 오빠는 도대체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들 다루는 비법을 가르쳐 달라고 묻는다.
비법은 실천하기는 힘들지만 이론은 아주 간단하다. ‘대화의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이론은 내가 자녀들이 들어주었으면 하는 만큼 나도 자녀들이 원하는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실천은 만만치 않다. 자녀들이 내 말을 듣고 변하기 원하는 그 어떤 모습을 기대하는 만큼 자녀들이 아빠와 엄마가 변했으면 하고 기대하는 그 모습으로 내가 변해야 한다는 사실은 웬만한 결심과 끈기와 노력이 아니면 그 쉬운 대화의 이론은 실천되기 어려운 것이다. 부모가 원하는 곧은 길로 크는 자녀와의 좋은 대화를 기대한다면 그들이 말하는 어떤 모습으로든 변할 마음과 실천의 자세가 되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뭔 말인지 알죠?” 하하.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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