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길 떠나서 배우는 티베트 이야기 4

2007-07-09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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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같은 길 떠날 때 만나는 폭풍우

s티베트의 수도인 라싸에서의 첫날은 시내 구경을 하면서 한가하게 다녔다. 가이드가 아침 9시 반에 호텔로 와서 차에 올라보니 8명 모두 중국 사람이다. 먼저 시내 중심에 있는 티베트 불교 즉 라마교의 중심 사원이라 할 수 있는 대소사에 가보니 사원 앞은 돌이 깔린 바닥에서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 그 사원 주위를 돌며 마니차를 돌리면서 신앙심을 쌓고 있는 순례자들, 그리고 우리처럼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대소사는 석가모니의 전당이라 불리고 사원 안에는 금으로 장식한 거대한 석가모니 불상이 있다. 사람들은 불상 앞에 줄을 서서 절을 하고 야크 기름으로 불을 밝힌다. 밖의 날씨는 덥고 사원 안은 수백 명의 사람들로 더 덥고 불상 앞에는 등유를 밝힘으로 완전 찜통이다. 사원 안에는 방마다 갖가지 모양의 불상들이 작은 등불에 비춰져 있고 사원 안의 불상이 몇 백 개는 되는 것 같다.
이른 점심을 먹고 세계 문화유산의 하나이며 티베트를 가장 티베트답게 만들고 티베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라싸의 상징물인 포탈라 궁에 갔다. 이곳은 역대 달라이 라마가 살았던 곳으로 티베트 정치 종교의 중심 장소이다.
시내 도심지 산중턱에 자리 잡고 있고 달라이 라마가 겨울 별장으로 사용한다는 궁전은 밖에서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가까이서도 위엄이 있다. 이곳을 사람들은 무슨 동물원 원숭이 보듯 목을 90도로 뒤로 제켜 공중에 높이 떠있는 궁전을 바라보고 있다. 궁전을 향해 올라가는데 갑자기 숨통이 막혀 거친 숨을 몰아쉬니 옆에 있는 중국 아저씨가 얼른 나를 잡아주며 내 배낭을 자기 어깨에 옮긴다.
가장 높은 곳은 달라이라마가 거주하던 방이라 하고 맨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길은 수백 개의 방으로 되어 있어 가이드를 잃어버리면 찾을 수가 없는 미로이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그들 신에게 이역만리에서 온 이방인에게 어쨌거나 건강 주셔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되뇌어 보니 조금은 안정이 되는 것 같다.
저녁에는 중국 교포의 도움으로 약국에 가서 고산증에 관한 티베트 민간 처방약과 수면제를 샀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따뜻한 물을 마시면서 약사 말대로 처방약의 두 배를 먹어본다. 아침 5시에 일어나 머리를 만져보니 열도 내렸고 어제보다 컨디션이 훨씬 좋다. 일어나 샤워를 하고 새벽 6시반에 하늘 호수로 가기 위한 버스에 오른다.
두 시간을 가다 보니 가장 높은 지대인 5,190m에 올라 이정표에 내려 보니 아찔하니 완전 정신을 잃을 것 같다. 가져간 가루약을 얼른 음료수에 타서 아기 젖병 빨듯이 계속 물고 있다. 기압이 내려가니 숨 쉬기가 힘들어지고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통증이 온다. 고도에 적응이 된 사람들은 괜찮은데 나처럼 시차적응 할 시간이 없었던 사람이나 나이든 사람 혹은 몸이 약한 사람들은 버스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산소통을 메고 있다.
다시 버스를 타고 40여분을 더 가니 4,700m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남쵸호수, 이름 하여 하늘 호수이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이 호수는 저 멀리 낮게 펼쳐져 있는 탕구르산의 끄트머리에 호수와 하늘이 가깝게 맞닿아 있다. 하늘과 호수가 정답게 마주하고 있는 그 곳은 신의 모습이자 자연의 모습이고 진리의 모습이다. 그 곳을 둘러보니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자연과 인간에 대한 존경심이 울컥 솟아난다.
이렇게 자연은 나에게 늘 가르침을 주고 있고 나는 그런 모습을 내 가슴에 담아보고 싶었다. 억지로 인간과 섞이지 않고 자연은 거기에 나는 여기에 그렇게 그리운 임 그리듯 생각나면 한 번씩 보면서 영원히 사랑하는 맘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온전히 나 하나로 제 몫을 다할 수 있도록 자연이 든든한 나의 뒷배경이 되어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홀로 있는 정지된 시간 속에서 전화기 없이 다녔던 일주일은 시름없이 온전히 나 자신만을 위할 수 있었던 완전한 시간이었다. 그 시간 속의 여행은 언제나 내게 녹녹치 않다.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다. 그래서 나는 길 떠나서 만나는 폭풍우 같은 그런 순간을 짝사랑한다.
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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