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놀면서 망가져라
멀리 떠나온 낙원을 향해 ‘전속력 후진’을 감행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젊은 아빠에게 ‘떠나온 낙원’이란 아기 없던 신혼생활을 의미한다. 아내는 임신을 하고부터는 180도 변했다. 먹는 것, 입는 것, 보는 것, 가는 곳도 모두 아기 위주로만 한다. 아기가 아내의 사고와 행동의 핵심이며 남편인 나는 안중에도 없다. 소외감에 우울하고, 외롭고, 쓸쓸하고, 짜증나서 매사에 시큰둥해지며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기만 하다. 의지는 그렇지 않은데 감정은 대개의 경우 너무 시끄럽게 전면에 드러나기 때문에 스스로도 불편하다. 이런 젊은 아빠들을 위한 몇 가지 조언을 페어런츠 7월호가 다루고 있다.
점잖게 팔짱만 끼고 있지 말고
사람들과 어울려 게임에 적극 참여
아기 성별에 맞춰 선물 골라야
우선 베이비 샤워부터 잘 치를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아내가 임신막달이 되어서 베이비 샤워를 받을 수도 있고 친구의 아내 베이비 샤워에 초대받을 수도 있다. 마초기질이 농후한 남성중의 남성인 당신, 여성스런 분위기가 농후하다 못해 넘쳐나는 베이비 샤워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몰라 당혹스러울 지도 모른다. 다음의 요령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 같이 놀아야 한다
물론이다. 베이비 샤워란 원래 ‘웃기는 짓거리’이다. 심각하고, 점잖고, 정중한 남성의 안목에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재미를 위해 마초의 자존심을 몇 단계 낮출 필요가 있다. ‘곰이 아무리 좋아도 동물원에 갇히고 싶지는 않다’며 점잖게 팔짱만 끼고 있어 봐야 분위기만 깨뜨린다.
신생아 크기의 인형에 릴레이로 기저귀를 갈아 끼우는 경주인 ‘기저귀 올림픽’(Diaper Olympic)에도 기꺼이 참여하고 아기 우유병 젖꼭지에 묻은 액체 초컬릿을 누가 가장 빨리 빨아먹는가를 내기하는 ‘누가 가장 많이 빠는가’(Who Sucks the Most)에도 함께 어울려 파격적으로 ‘망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왕 백기를 들려면 눈에 확 띄게 표시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 바른 선물을 골라야 한다
베이비 샤워에 빈손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상식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남자친구가 초대했다고 해도 선물은 그의 아내나 장차 태어날 아기를 위한 것이거나 둘 다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선물 구입 전에 태어날 아기의 성별을 미리 파악해 성별에 맞는 선물을 마련해야 하는 것도 잊지 말도록.
◆ 술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에게는 수선스럽고, 성가시고, 소모적인 모임이니 한쪽에서 술이나 마시면서 유유자적하고 있으려고 계획한다면 오산이다. 베이비 샤워 파티에서는 보통 밀밭이나 포도밭은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단 몇 시간만 참으면 된다. 임신부는 지난 9개월 동안 알콜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는 그녀의 인내력을 기억하면서.
◆ 흐름을 탄다
이날의 주제는 아기와 신생아와 태아와 또 아기엄마이다. 어제 있었던 야구게임에 대해 누가 물어올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생각이나 관심사가 남의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가까이 있는 전신주가 멀리 있는 전신주보다 실제로도 더 크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착각이다. 주제가 아기와 아기 엄마인 만큼 자신의 아빠 됨의 경험이나 ‘나도 언젠가는 아빠가 되고 싶다’등의 색채와 수위가 비슷한 화제로 꿍짝을 맞춰야 한다.
<정석창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