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계획표, 성과 기준·요일별로 짜야

2007-07-02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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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표, 성과 기준·요일별로 짜야

전문가들은 방학이 실력을 높이는 기간이 아니라 학기 중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는 시기라고 말한다.

TV시청·컴퓨터·게임은 하루 2시간내 제한
취약부분 보강… 선행학습보다 준비학습을

■방학 알차게 보내려면

강해지는 여름 태양의 강도만큼이나 여름방학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여름방학만큼 평소 하기 힘든 체험학습과 취미활동, 부족한 공부를 보충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축 처지게 하는 무더운 날씨와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에 아이들은 무기력하고 불규칙한 생활에 쉽게 젖어들고 나태해질 수 있다. 부모로서는 자녀가 컴퓨터 게임이나 인터넷, TV 시청 등에 빠져 방학을 헛되이 보내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2~3개월이나 되는 여름방학을 알차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방학 계획표 짜고 실천하기
방학의 성패는 어떤 계획표를 짜고 이를 얼마나 실천하느냐에 달렸다. 활용할 시간이 많은 방학 때 세우는 계획표는 실천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계획을 세운 뒤에는 이에 맞춰 생활해야 한다.
교사들 사이에는 일일 계획표보다는 요일별 계획표가 효과적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매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공부, 2시간 휴식, 3시부터 4시까지 독서’ 같은 식의 계획표를 짜면 아이들이 금방 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월수금-독서, 화목토-운동’이라는 식으로 하면 방학기간이 주는 느슨함을 즐기면서도 허송세월을 예방하는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계획표를 세울 때는 해야 할 일들에 우선권을 둔다. 학원 출석, 책 읽기 같이 매일 해야 할 일을 우선 배정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월수금 독서 1시간’ ‘화목토 수학 1시간’ 같이 계획을 세우는 것은 금물이다. 시간보다 챕터 2개 읽기, 수학문제 10개 풀기, 독후감상문 1개 쓰기 등 양으로 정할 때 아이가 지루해하지 않고 계획표 실천 가능성이 높아진다.
방학 일정표를 세울 때는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특히 공부계획을 넣을 때 부모의 욕심을 내세우지 않아야 한다.
교육 전문가들에 따르면 계획표를 짜는 이유들 중 하나는 자율성과 책임감을 키우는 것이다. 아이에게 주도권을 맡기되 적절한 조언을 해주면 계획을 실천할 확률이 증가하고, 아이들은 계획을 달성할 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TV는 하루 2시간, 기상은 평소처럼
아이들은 방학 때 온종일 TV나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는 경우가 잦다. 교육 전문가들은 아이가 TV 시청이나 컴퓨터, 비디오 게임에 보내는 시간이 하루 2시간이 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TV 시청과 게임시간은 방학 계획표를 짤 때 시간 조절이 필요한 활동시간에 포함시키도록 조언한다.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대체 놀이거리를 부모가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손닿기 쉬운 오락기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 부모들은 방학 초기에는 “그만 끄라”고 닦달하지만 다른 재미거리가 없는 아이들이 몸부림을 치는 모습에 지치고 귀찮은 마음에 방학 중간쯤에는 TV와 컴퓨터를 유일한 벗으로 삼는 자녀를 보고도 못 본 체하는 실정을 낳는다.
교육 전문가들은 방학 때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많은 야외활동을 할 것을 권유한다. 시간이 항상 부족한 맞벌이 부부의 경우 방학 동안만이라도 돈벌이보다 자녀 행복에 우선권을 두는 연습을 하라는 것이다.
방학은 나태하고 게을러지기 쉬운 기간이다. 따라서 기상시간은 학기 중과 같이 유지하도록 한다. 부지런함은 우등생이 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방학은 기초 다지는 기간
방학 동안 자녀의 학업실력을 끌어 올리겠다며 학원을 서너 곳 이상 다니게 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은 LA 한인사회에서 더 이상 낯선 것이 아니다. 특히 1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경우 대입 준비를 위해 SAT 준비는 물론 학과 공부 과외까지 시키는 사례가 다반사다.
교육 전문가들은 방학은 실력향상 기간이 아니라고 말한다. “실력을 높이는 것은 학기 중에 할 일이고, 여름방학 동안에는 부족한 부분을 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만큼 기초를 다지라는 조언이다.
부족한 부분 파악의 잣대는 ‘부모의 생각과 학원 원장의 의견’이 아니라 자녀가 받아온 지난 학년 성적표와 학교 카운슬러의 지적이다. 예를 들면 자녀의 영어성적이 낮을 때 독해, 쓰기 등 어느 부분이 취약한지 알아야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수학 점수가 형편없다’거나 할 때는 방학만큼 좋은 기회가 없다. 점수, 시험, 진도에 구애받지 않고 수에 대한 개념 자체가 약한지 같은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방학 동안에는 선행학습보다 준비학습이 권장된다. 다음 학년에 배울 내용을 미리 공부하는 것이 ‘옆집 아이보다 우리애가 앞서 간다’는 점에서 학부모에게는 만족감을 줄 수 있겠지만 실제 교육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것이 교육계의 전언이다.
준비학습은 선행학습과 다르다. 지난 학년에 배운 것의 핵심만 복습하고 다음 학년에 배울 내용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분수를 배운 초등학생이 분수 문제를 직접 푸는 것은 선행학습이고, 부모와 함께 피자를 먹으며 분수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준비학습이다. 다음 학년 ‘아너 영어’ 다음 학년에 택할 ‘AP바이오’ 클래스를 위해 관련 문학 작품이나 생물학을 쉽게 풀어 쓴 책을 읽는 것 등이 준비학습에 속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방학 때 읽은 책 내용이 교과서에도 나와서 재미있어요”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도록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정도가 가장 좋다고 말한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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