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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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 제리코 고교 10학년 한수진 양

2007-06-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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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야금 25현 소리의 세계에 빠져 살아요

한국 전통의 악기인 가야금으로 캐논 변주곡을 연주한다?

한국에서도 좀처럼 접하기 힘든 25현 가야금의 아름다운 선율이 최근 뉴요커들의 귓가에 울리고 있다. 한국문화에 익숙한 1세도 아닌 미국의 뉴욕 플러싱에서 태어난 2세 출신 한인 여고생 한수진(16, 제리코 고교 10학년)양의 가냘픈 손가락이 가야금의 25현을 하나씩 스칠 때면 지켜보는 이들의 눈과 귀를 묶어 새로운 소리의 세계로 인도해낸다.
하프 소린가 생각하며 눈길을 돌리는 순간 “가야금으로 어떻게 저런 클래식 연주가 가능하지?라는 궁금증부터 생긴다. 타민족은 물론이고 한인들조차 거의 생전 처음 보는 25현 가야금 연주에 그대로 빨려들게 만든다.

수진양이 가야금을 처음 시작한 것은 4세 때. 딸을 둔 부모들이 다 그렇듯이 수진양의 엄마(김주연)도 평범하게 음악을 가르치고 싶었지만 사실 더 열성을 낸 것은 아빠(한호섭)였다. 한인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심어주는데 한국 전통악기만한 것이 없다는 아빠의 강력한(?) 의지로 서양악기 대신 정악 12현 가야금을 먼저 손에 잡았다. 12현 연주로 다듬어진 기본 실력을 바탕으로 25현 가야금을 연주한지는 이제 3년.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난 고교생 신분으로 이미 한국의 국악기 전공 대학생들을 능가하는 것은 물론,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인정받고 있을 정도다.

올 9월에는 카네기홀 무대에 올라 공연을 앞두고 있고 그간에도 수차례 뉴욕의 쟁쟁한 무대에서 기량을 떨치며 미국사회에 한국의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해왔다. 가장 최근에 한인 무대에 선 것은 지난 5월 뉴욕 일원 공립학교 타민족 교사와 교직원을 초청해 열린 뉴욕한인학부모협회의 스승의 날 행사. 다소 시끌벅적 하던 장내는 25현 가야금 연주가 시작됨과 동시에 이내 무대로 시선이 집중돼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12현 가야금이 한국전통의 가락만 연주할 수 있는 한계를 안고 있는 것과 달리 25현 가야금은 7음계 옥타브로 되어 있어 다양한 음의 변화가 가능하고 클래식과 현대음악을 비롯,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음악을 가야금으로 재현해 낼 수 있는 장점이자 특징을 갖고 있다.
고대악기를 복원한 개량악기인 25현 가야금은 퓨전음악으로 크로스오버가 가능하고 하프와 비슷한 것 같지만 좀 더 귀를 기울여보면 그만의 독특한 소리 특성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2현 가야금과 다른 점 또 하나는 12현은 바닥에 앉아서 연주하지만 25현은 가야금을 받침대에 올려놓고 의자에 앉아서 치는 것.


너무 어린 나이에 가야금을 시작한 탓에 어릴 때는 왜 가야금을 배워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남들이 갖지 않은 독특한 특기를 지녔다는 사실이 한인 2세로서 내심 자랑스러운 일이 됐다. 특히 가야금 연주를 통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무엇보다 한국의 아름다운 음악적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고.
미술에 재능을 지닌 하나 뿐인 여동생과 달리 수진양은 가야금은 물론, 피아노, 클라리넷 연주 실력도 뛰어나 학교 밴드부 단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음악을 가르치는 스승마다 ‘음악에 재주가 많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정작 자신이 꿈꾸는 장래 희망은 전문음악인보다는 작가다.
가야금을 연주하는 언론인의 길도 생각하고 있지만 특히 재미난 이야기를 창작해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 도전과 용기를 심어주는 아동작가가 되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눠주고픈 바람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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