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 알아보기 거침없이 하이킥
2007-06-18 (월) 12:00:00
언니와 난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 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기도 전에 언니는 고등학생이었다. 허리춤에 양옆으로 크게 두개씩의 주름을 잡고 허리를 동여맨 흰 상의에 명찰을 반듯하게 달고 곤색 후레아 치마의 멋있는 교복을 단정하게 입은 눈부신 모습을 보면 매일 똑같은 마음으로 나는 언니를 우러러 보았다. 칼러도 풀을 먹여 빳빳하고 깨끗하게 다림질해 매일 갈아 끼웠다.
언니는 너무도 당당해 보였고 가끔 가곡을 뽑을 때면 더욱 더 우아해 보였고 존경스러웠다.
졸업 후 언니는 너무도 멋쟁이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옷과 액세서리가 모두 색조를 이루었고 머리 스타일과 몸매도 균형과 조화로 내 눈에는 세상에 더없이 훌륭한 모델이었다. 언니가 외출 준비를 할 때면 난 정신이 빠질 정도로 멍하게 구경을 했다. 세수를 하고 속옷 입는 것부터 화장하고 머리손질하며 스타킹을 올려 신는 손놀림까지 무려 두어 시간이 지나며 변해가는 모습에 내 입에서 “아!” 하는 탄성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구경을 해도 난 쫓아갈 수도 없고 흉내조차도 낼 수가 없었다. 난 언니와 너무 달랐다. 언니에 비해 몸집도 왜소했고 거기에 장애도 있고 얼굴도 거무튀튀하고 언니와 자매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촌스러웠다. 뭘 해도 언니한테는 특별함이 있었다. 우린 성격도 너무 달랐다. 언니는 대범하고 명랑하고 사교적이었고 난 늘 소심했고 내성적이고 혼자 노는 것에 익숙해 있었다.
근데 딱 하나 내가 잘하는 것이 있었다. 난 한번 시작한 일을 끝을 내는 근성이 있었는데 그 덕분에 공부도 끈질기게 하곤 했다. 그 반면 언니는 공사다망하여 공부에 전념할 수 없었고 한 가지 일을 시작해도 뭐가 바쁜지 끝을 내지 않기 시작했고 그것은 버릇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엄마는 멋만 내고 덤벙대는 것 같아 보이는 언니에게 언성을 높이고 야단을 치는 일이 흔했지만 난 늘 엄마가 언니와 참 친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난 엄마의 신임을 받기는 했지만 엄마와 친하지는 않았다. 엄마는 늘 혼자 책이나 보고 일에만 집착하는 날 반겨하지 않으셨다. 엄마는 내가 내일이 시험이라고 해도 잠을 푹 자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고 주무시다가도 “불 꺼”하고 몇 번씩 잠꼬대를 하셨다. 난 그때마다 엄마가 날 싫어하시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친엄마가 아닌가 의심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밤을 새고 공부할 때 엄마가 예쁜 그릇에 예쁘게 담아준 간식을 한번 얻어먹어 보는 것이 소원이 되어버렸다.
근데 이제 내가 엄마의 나이가 되고 올바른 자녀 교육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니 엄마의 방법이 옳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요즘 한국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인기 드라마인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다른 모습의 두 아이를 볼 수 있다. 큰 아들 민호는 공부를 잘하고 성실하고 작은 아들 윤호는 공부는 못하지만 건강하고 믿음직하다. 그런데 앞으로 세상에서 살아갈 것을 생각하면 민호보다도 윤호가 믿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핵심은 획일적인 자녀 교육을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고집하거나 공부 잘하는 아이와 비교하고 편애하면 안 된다. 각각의 아이가 타고난 성격과 현재 살아가고 있는 방법을 인정해 주고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나 자기가 가진 탤런트를 가지고 그 방향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갈 때 세상에서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릴 수 있는 것이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