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긴급진단, 위기의 한인 대학생 <하>

2007-06-12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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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상: 왜 적응하지 못하나


-하: 자신의 적성을 찾아야

자신의 적성을 찾아야

‘조승희 사건’과 ‘가짜 대학생’ 파문은 비록 충격적이긴 하지만 일회성인데다 한인 커뮤니티 특유의 병폐로만 볼 수도 없다는 점에서 차라리 한인 학생들의 일반적인 학업 부적응 문제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원하는 대학에 입학했으나 적응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생각외로 많다는 것이다.

가짜 대학생은 아니더라도 입학 동기가 약한 상당수 한인 학생들이 중간에 주저앉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는 입학과 동시에 그동안 쌓였던 피로감을 채 풀지 못하고 수업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명문대에서의 수업 수준은 학원 과외 등으로 본인의 진짜 실력보다 부풀려진 성적에 맞춰지기 때문에 따라가기 힘들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모의 권유로 선택한 전공에 공부하는 동기를 스스로 찾지 못하고 있다가 자기 관리에 실패하면서 결국 부적응자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그나마 친절하게(?) 경고를 주고 대안을 제시하는 학교라면 시간적 여유를 갖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인들이 선호하는 명문대들은 사전 아무런 경고가 없다가 어느 순간 ‘다음 학기부터 등록을 하지 말라’고 통보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맞은 학생들은 부모에 알리지 않고 혼자서 속앓이를 하다 최악의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하기도 한다.

최선주 심리학 박사는 “부모에게 ‘학교가 마음에 안 든다’, ‘다른 학교로 견학하고 싶다’는 등의 핑계를 대거나 졸업을 계속 늦추는 경우 뭔가 이상이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1학년 때 명문대생의 자살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자살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의미하게 시간을 학교에서 낭비하는 사례는 더욱 흔하다. 자기 진로에 대해 확신이 없기 때문에 학점을 최소한으로 신청, 학생도 아니고 백수도 아닌 채 기숙사에서 시간을 보낸다거나 심지어는 아예 등록을 하지 않고 친구들 기숙사 방을 전전하면서 부모에게는 학교에 잘 나가고 있는 것으로 둘러대기도 한다.

이에 대해 LA소재 ‘젊음의 집’에서 청소년 상담소를 운영한 최병일 시년선교교회 담임목사는“UIUC 등 큰 학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라며 “입학 후 5~6년 쯤 지난 뒤에야 부모들이 뒤늦게 알아채고 상담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중요한 것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부터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부모의 기대에만 부응하려고 노력할 게 아니라 자신의 적성을 찾아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부모들은 실망감만 나타내고 몰아붙이기보다는 한 발짝 물러나 자녀의 자립심부터 길러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최선주 박사는 “자녀들의 심신이 지쳐 있는 상태에서 부모가 다그치거나 비난하면 사태가 악화될 뿐 해결되는 것은 없다”며 “격려해주고 고민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이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병일 목사는 “정말 공부를 꼭 해야 되겠다는 열정이 있으면 나중에라도 언제든 다시 할 수 있다”며 “부모들이 자꾸 돈을 대주거나 감싸 안으려고만 하면 자녀들이 자신의 인생을 찾는 순간이 그만큼 늦어질 뿐”이라고 말했다. 봉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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