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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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 버겐아카데미 11학년 구 유리 양

2007-06-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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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수많은 색깔을 통해 삶을 표현하고 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린 학생에게서 나왔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철학적인 말이다.

뉴저지주 릿지필드의 구유리(버겐아카데미 11학년)양은 그림에 남다른 소질을 타고 난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색상 감각이 남달랐던 유리는 미술을 특별히 배운 적이 없는데도 자신의 생각을 화폭에 담는 재능을 보여 왔다.
수채화나 유화, 마커화 등 어떤 소재를 사용한 작품이라도 능숙하게 만들었다.

올해 4월 연방의회가 주최한 ‘2007 Congressional Art Competition’에서 1등을 차지해 앞으로 1년 동안 연방의회 건물에 전시되는 영광을 안았다.‘Revealed by the sun’이라는 제품의 이 작품은 미술용 마커로 처음 제작한 것(marker on vellum)이었다. 또 얼마 전에는 ‘딕 블릭 콘테스트’에서 linoleum 판화로 제작한 작품으로 입상하기도 했다.그녀의 작품 속에는 과장이나 젊은 날의 치기보다는 삶에 대한 진지함이 느껴진다. 또 평화롭고 자연스럽다는 일관성을 갖고 있다. 이같은 작품들은 그녀의 성품과도 연관돼 있다.


어머니 제니퍼 노씨는 그녀의 성품에 대해 “감성적이면서도 속이 깊다”고 말했으며 유리 스스로도 “trustworthy한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일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남을 이해하는 성격이라는 평이다.
미술을 통해 삶을 표현하고 사물이나 행위를 보면서 그 내면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는 “미술없는 인생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앞으로 대학에서도 미술과 관련된 디자인을 전공할 계획이다.

유리는 “살아가면서 눈으로 본 것과 생각하는 것을 모두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좋다”며 미술을 설명했다. 색깔로 삶을 표현하고 그림에 담는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철학이 뚜렷하다.그녀가 좋아하는 색깔은 브라운이다. 최근 작품에도 브라운 톤이 많이 보인다. “나무와 흙 등 자연의 색깔이기 때문”이라고 한다.최근에는 사진 찍기에 흠뻑 빠져있다. 그림과 마찬가지로 사진 속에도 인생이 담겨있다는 동질의식을 갖고 있다.대학에서는 패션 디자인이나 그래픽 디자인으로 전공하고 싶다고 말한다. 미술은 모든 디자인의 기본이 되는 것인 만큼 소홀하게 하지 않지만 보다 창의적인 쪽으로 사고의 폭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이다.

유리는 “나중에 그림이나 사진을 다시 보면 그 당시의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이 고스란히 떠오른다”며 이처럼 그림과 사진은 내 삶 뿐아니라 남의 생각까지도 포용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예찬을 아끼지 않았다.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말도 상당히 능숙한 유리는 미술을 통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천사표 화가’다. 그녀의 천부적인 미술적 재능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지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치 않을 듯싶다.


<김주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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