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공학 강의 Etiquette (에티켓)

2007-05-29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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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이메일, 텍스트 메시지, 전화, 팩스가 생겨나기 전 오직 한가지의 확실한 통신수단은 편지였다. 우편함을 열었다가 누군가의 친필로 쓴 편지를 발견할 때의 가슴 떨림을 아마 많은 사람들이 기억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메일이나 인터넷이 생기기전, 국제전화비도 아주 비쌌을 때 이민 왔던 사람들은 한국에 두고 온 그리운 친구, 가족 또는 연인의 편지를 하루, 일주일, 한 달을 목을 빼고 기다렸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이메일을 많이 쓰는 편이지만, 이메일이나 텍스트 메시지로 소식을 받는 것보단 손으로 쓴 편지를 받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카드보다는 백지에 쓴 친필편지가 좋다. 그리고 그 편지들은 신발박스에 소중히 간직한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친필편지를 누구한테 받아본 기억이 아득하다.
요즘은 친필카드라도 감지덕지한다. 특히 크리스마스카드나 땡스기빙 카드는 흔히들 주고받지만, 한국 사람들은 “Thank You” 카드를 쓰는 것에 굉장히 인색한 편인 듯하다. 미리 인쇄가 되어서 나오는 ‘Holiday Card’보다는 고마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작은 ‘Thank You 노트’ 한마디가 얼마나 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모른다. 물론 친필로 써야 한다. 이메일 보다는 전화가 낫고, 전화보다는 친필카드나 편지 또는 짧은 노트 한마디가 낫다.
미국사람들은 “Thank You” 노트를 참 많이 쓴다. 나 또한 “Thank You” 노트 쓰는 것을 누구보다도 끔찍이 좋아하시는 시어머니를 만난 덕분에 많이도 받고 또 답장으로 많이도 쓴다. 태어나서 요 몇 년 사이 ‘Thank You Note’를 굉장히 많이 받았고 또 많이 쓰고 있다.
“Thank You” 노트의 근원은 ‘Etiquette’인데, 그 사연이 굉장히 특이하다. ‘Etiquette’은 프랑스어로 ‘ticket’이다. 루이 14세 때 왕은 파리 외곽의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살고 있었다. 사람들이 잔디를 망가뜨리는 것에 화가 치민 루이 14세의 정원사가 “잔디에 들어가지 마시오”라고 ‘Ticket’을 걸어놓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랑곳 않고 잔디를 밟고 다녔고 화가 난 정원사는 직접 루이 14세에게 찾아가서 볼멘소리로 불평을 늘어놓았다. 루이 14세는 당장 왕령(Edict)을 내려 궁전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Ticket’(Etiquette)에 따라 행동해 줄 것을 명했다. 하지만 원래 뜻과는 달리 세월이 지나면서 Etiquette은 ‘Proper demeanor’를 뜻하는 말로 프랑스와 전세계에서 쓰이게 되었다.
혹자는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른다. 고마움의 표시는 전화 또는 이메일로 해도 되는데 왜 꼭 “Thank You”노트를 써야하냐고, 바쁜 세상에, 그것 두 친필로. 물론 모든 상황에 “Thank You” 노트를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로, 결혼식에 관련한 이벤트, 아기 출생, 선물을 받았을 때, 베이비샤워, 졸업, 사업상 이유 등의 사정으로 “Thank You” 노트를 쓴다. 하지만 언제 “Thank You” Card를 써야 한다는 정해진 룰은 없다.
Thank You 노트는 언제든지 누군가의 베풂에, 깊게 감사하는 마음이 우러러 나올 때 쓰는 것이 최고다. 명심할 점은 누군가의 베풂은 항상 선물 패키지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아침마다 아이를 스쿨버스가 픽업하는데 그날따라 아이가 지각을 해서 버스를 타기위해 멀리서 헐떡거리면서 뛰어오는 것을 백미러를 통해 본 버스운전사가 몇 분이나 기다려주었단다. 그분은 고마운 마음에 그 버스 운전사에게 “Thank You” 노트를 보내드렸다.
“Thank You” 노트는 정말 멋진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우리가 특별한 신세를 졌음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다. 자식들에게, 부모님에게 아침에 또는 자기 전 머리맡에 “Thank You” 노트를 남겨보면 어떨까. 모든 것의 시작은 가까운 곳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아마 지금의 우리 부모님 세대는 이런 “Thank You” 노트를 어머니한테 썼을 것 같다.

줄리엔 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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